[OK!제보] 깐깐해진 백내장 실손보험금 심사…보험사-가입자 분쟁↑

입력 2022-04-14 06:51   수정 2022-04-14 06:51

[OK!제보] 깐깐해진 백내장 실손보험금 심사…보험사-가입자 분쟁↑
"약관에도 없는 기준 들이대며 지급 보류…선량한 가입자까지 피해"
보험사 "과잉진료 걸러내기 위한 절차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잉 수술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선량한 계약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가입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월 시야가 뿌옇고 앞이 잘 안 보여 안과를 방문했다가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2008년 한 보험사의 실손보험 상품에 가입했던 A씨는 수술 이틀 뒤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지금까지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측이 약관에 없는 세극등현미경검사 사진을 요구해 제출했는데도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는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제3의 의료기관에 가입자의 건강 상태 판단을 의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를 지급하고 자문을 의뢰하는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보험료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 측은 A씨에게 "당시 적정하게 백내장 진단이 이뤄졌는지 전문의의 의견을 구해 확인해야 한다"며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제3의 종합병원 소속 의사를 선정, 보험사에서 지정한 손해사정사와 A씨가 동행해 수술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A씨는 보험사 측으로부터 의료자문에 쓰이는 8개 항목의 질문지를 받아 한 대학병원 안과 전문의에게 자신의 수술 기록지와 세극등현미경 사진을 함께 보여주며 소견서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A씨는 "의사는 이 서류를 보고 질문에 답을 하고 소견서를 써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수술한 주치의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결국 자문의가 '알 수 없다'고 답변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 보험사들이 교묘한 트릭으로 수술이 정말 필요했던 가입자들까지 사기꾼으로 몰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 년새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은 자체 내부 기준을 마련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세극등현미경 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상태가 불량한 경우, 의료 자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 수정체 혼탁도에 따른 백내장 진단 등급이 낮은 경우 보험금 지급이 보류·거절되기도 한다.
지난달 백내장 수술을 했던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사에서 요구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지만, 백내장 진단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병원에서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약관에도 없는 등급을 왜 따지는지 모르겠다. 보험 가입 시엔 없던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한 보험사의 횡포"라며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을 막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지급 기준을 정해 공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의료자문에 동의했다가 '부지급' 결정을 받았다는 또 다른 가입자는 "백내장은 있지만 수술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했다"면서 "자문 결과가 맞는다면 의사가 잘못 진단하고 수술한 것인데 왜 의사의 말을 믿은 가입자에게 책임을 돌리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이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안과에서 허위로 백내장 진단을 내리고 시력 교정 목적의 수술을 시행하는 잘못된 의료 현실에서 실제 백내장으로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선의의 계약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과잉 진료가 걸러지지 않아 이 분야 손해율이 높아지면 결국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약관에서 보장하는 보험금 지급 사유의 확인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검사 결과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불분명한 경우 전문의에게 자문해 정확한 판단을 받고 있다"면서 "보험금을 과잉 청구한 병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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