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최악의 경제난 속에 대외 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등급을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 수준까지 내렸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는 이날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등급을 밑에서 세 번째인 'CC'로 강등하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S&P는 다음 이자 지급일인 18일에도 대외 부채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디폴트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되면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로 다시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스리랑카 당국이 국제통화기금(IMF)과 벌인 채무 재조정 협상은 이제 시작 단계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협상 타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치도 스리랑카의 국가 신용등급을 디폴트 바로 위 단계인 'C'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스리랑카 정부가 대외 부채 상황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디폴트 절차를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자 상환을 하지 못하고 유예기간이 끝나면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RD)로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지난해 12월에도 스리랑카 국가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두 단계 낮췄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스리랑카에 밑에서 네 번째 등급인 'Caa2'를 주고 있다.
앞서 스리랑카 재무부는 12일 "IMF와의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되고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는 약 510억달러(약 62조원)에 이르지만, 외화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천만달러(약 2조3천619억원)에 불과하다.
JP모건체이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70억달러(약 8조5천666억원), 5년간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250억달러(약 30조5천950억원)다.
관광산업이 주력인 스리랑카 경제는 중국과 벌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으로 대외 채무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겪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통화량을 늘리고 수입 규제·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가 급등했고 외화도 부족해지는 등 상황이 오히려 갈수록 악화하면서 민심도 등을 돌렸다.
스리랑카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비상사태를 선언한 데 이어 내각 총사퇴로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권 등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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