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도 동시에 인하 관측…미 금리인상과 '역주행' 부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긴축이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류를 거슬러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꺼내 들기로 했다.
지난 3월 이후 지속된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2020년 우한 사태보다 큰 경제충격을 안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탓이다.
중국 국무원은 13일 리커창 총리 주재 회의에서 "당면한 환경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적기에 지준율 등 통화정책 도구를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대출 비용을 낮춰 실물경제, 특히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원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다.
◇ 이르면 15일 저녁 지준율 인하 유력
중국 중앙정부가 지준율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일반적으로 해당 주 금요일 금융시장 마감 직후 지준율 인하를 공표하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5일 저녁 무렵 지준율 인하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준율을 내리면 작년 12월 0.5%포인트 인하 후 5개월 만에 추가 인하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의 평균 지준율은 8.4% 수준이다.
국무원이 전날 지준율 인하 외에도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높은 대형 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질서 있게 인하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 여력을 늘리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후 중국 당국은 선제적 금융위험 해소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중국 당국이 2018년 발표한 지침을 보면, 은행들은 120∼150%의 대손충당금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상장 은행들의 작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평균 287%에 달한다.
중국이 선제적 금융 위험 제거라는 최우선 정책 목표에서 일부 물러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낮추기로 한 것은 그만큼 당면한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이 만만치 않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만리장성식 방역 장벽을 넘어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상하이 한 곳에서만 벌써 30만명에 가까운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한 사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는 특정 지역이 아닌 중국 전역 대도시들에서 코로나19가 동시다발적으로 퍼져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광둥성과 상하이 등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가 되면서 경제적 피해 역시 우한 사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야오징위안 중국 국무원 참사실 특약연구원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확산 지역 중 상하이와 저장·장수·안후이성만 해도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가까이 된다면서 "지금으로선 올해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줄 타격과 영향은 우한 때보다 큰 것 같다"고 예상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도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리커창 총리는 11일 주요 성장들과 회의에서 "국제·국내 환경에서 일부 예상을 넘어서는 변화가 나타나 경제 하방 압력이 한층 더 커졌다"며 "새 도전에 과감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부동산 위축·우크라 전쟁에 코로나까지…악재 쌓여가는 중국 경제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충격에 따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를 열 '대관식' 무대가 될 올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중의 전면적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중국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 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심각한 부동산 시장 위축 등 여파로 급속히 냉각되는 추세였다.
중국 당국은 엄혹한 안팎의 여건을 고려해 올해 5.5%의 비교적 보수적인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제로 코로나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거론되던 부동산 경기도 당국의 일부 규제 완화에도 가시적 회복 조짐이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등 대외 불확실성도 급속히 고조됐다.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인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중국 경제는 그나마 '코로나 특수'에 힘입은 수출로 버텼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 경제가 정상을 회복해가면서 이런 특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조만간 발표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부터 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안팎 14개 기관의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4.5%였다.
가중되는 위기 앞에서 중국이 이번에 지준율 인하에 그치지 않고 금리 인하를 거의 동시에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제학자 런저핑은 "양적인 측면에서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 1조∼1조2천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돼 경제 회복을 위한 탄약이 될 것"이라며 "15일 만기 도래하는 1천500억 위안 규모의 중도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이 신규 MLF 대출로 차환되면서 적용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미세 조정하는 통화정책 수단인 MLF를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조절할 수 있다. 15일 MLF 금리를 인하하면 오는 20일 발표될 4월 LPR가 그만큼 내려가는 구조다.
다만 세계 금융시장의 대세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대세를 거스르는 '역주행'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중 금리 격차 축소는 중국 내 외국 투자자본 이탈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데 최근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미중 국채금리가 역전되는 일도 벌어졌다.
가오루이둥 광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5월 들어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직면한 내외 균형 압력은 현저히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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