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대통령, 성과 연일 과시…강경 범죄 대책으로 인기 유지
갱단과의 뒷거래 의혹도…"검거건수 할당에 무리한 체포" 주장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엘살바도르 정부가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1만 명이 넘는 갱단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갱단과의 전쟁'에 열을 올리며 연일 성과를 과시하는 나이브 부켈레(40) 대통령을 놓고 엘살바도르 안팎에선 '형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19일 만에 1만1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며 경찰의 검거 소식 트윗을 공유했다.
그는 지난 13일 하루 엘살바도르에서 한 건의 살인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인구 650만 명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갱단과의 전쟁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은 지난달 26일부터였다.
당일 엘살바도르 전역에선 갱단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이 62건이나 발생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튿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갱단 조직원들을 검거할 수 있도록 했다. 체포한 이들은 기소하지 않고도 15일간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경찰과 대통령의 트위터는 온몸에 문신을 한 갱단 조직원들의 체포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혐의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아울러 교도소에 수감된 갱단 조직원들의 감방 밖 외출을 금하고 음식 제공 횟수를 줄였으며, 조직범죄 가담자들의 형벌도 대폭 상향했다.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형벌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흉악범들에 대한 강경한 처벌로 힘을 과시하고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취임 이후 범죄 감소를 위해 강경한 정책을 펼쳤고, 이것이 실제로 살인 건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부켈레도 8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 건수 감소가 정부 대책의 결과물인지에 대해선 의혹의 시선이 있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는 "부켈레 정권이 갱단 범죄 건수와 살인 건수를 줄이기 위해 MS-13, 바리오 18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은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범죄조직으로, 부켈레 정부가 범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이들과 은밀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살인 건수가 치솟은 것을 두고도 MS-13이 정부와의 재협상을 위해 보낸 메시지라는 의혹도 있다.
엘살바도르 경찰 노동조합 대변인은 최근 현지 매체 엘파로에 "갱단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자신들이 원할 때 살인 건수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 이후의 검거 건수를 놓고도 논란이 제기된다.
검거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갱단과는 무관한 사람까지도 젊은 남성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경찰 노조는 고위층이 경찰서별로 체포 할당 인원을 채울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갱단의 활동이 전혀 없는 인구 1천 명의 작은 마을에도 30명 체포 할당이 내려와 경찰들이 명령에 따르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비영리단체인 법률적법절차재단의 레오노르 아르테아가는 AP에 "살인 증가에 맞선 부켈레 정권의 조치들이 정말 범죄를 수사하고 피해자들에게 응답하기 위한 조치인지에 많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켈레 대통령이 "자신의 권위주의적 계획을 추진하고, 비판적인 목소리와 반체제 인사들을 잠재우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엘살바도르 내 한 비정부기구의 아브라암 아브레고도 경찰의 무리한 임의 체포나 다른 공권력 남용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AP에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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