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유학생 귀국길 열려…외교당국, 대학과 협의해 격리 해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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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시 전면 봉쇄로 한 달 넘게 고립됐던 상하이에 있는 한국 유학생 20여명이 귀국일에 올랐다.
16일 교민사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께 상하이 소재 두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20여명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한국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상하이 봉쇄 이후 한국 유학생들이 단체로 귀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대부분은 엄격한 단체 관리가 이뤄지는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각자 거주하고 있었다.
유학생들은 상하이 봉쇄로 공항 이동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전날 오후 미리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 대합실 의자에서 밤을 지새운 끝에 여객기에 탑승했다.
상하이는 지난달 28일부터 대대적인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은 도시 전면 봉쇄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중순께부터 자체적으로 캠퍼스를 봉쇄하고 학생들을 기숙사에 격리했다.
이런 탓에 이날 귀국한 유학생들은 이미 한 달 넘는 격리 생활에 지친 상태다.
교환학생으로 왔다 돌아간 김유담 씨는 출국 전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 달이 넘는 격리 기간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여러 도움을 받아 공항에 도착하게 되니 다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귀국은 귀국을 원하는 한국 유학생들을 단체 격리에서 풀어달라는 우리 외교 공관의 요청을 해당 대학들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상하이 한국 유학생 모임 회장인 김성준 씨는 "그간 귀국을 원하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학교에 얘기해도 수용이 되지 않았는데 우리 외교 당국이 나서면서 학교 측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 유학생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어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행 비행기가 뜰 때마다 유학생들이 속속 한국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씨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에 머무르는 우리 유학생은 1천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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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하이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해당 유학생들이 속한 대학 측의 협조를 구해 어려운 현지 방역 상황에서 첫 단체 귀국 사례가 나올 수 있었다"며 "귀국을 원하는 유학생들이 있는 한 계속 적극적으로 해당 대학들을 설득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총영사관은 장기화하는 봉쇄 국면에서 귀국을 원하는 교민과 유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거주지에서 공항까지 이동을 지원할 통행증을 갖춘 차량을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서는 버스, 전철,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이 완전히 끊긴 채 당국에서 통행증을 발급받은 극소수의 차량만 제한적으로 도로에서 다닐 수 있다.
이런 탓에 3만여명에 달하는 교민들이 한국행 비행기표를 사도 공항까지 갈 마땅한 수단이 없어 귀국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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