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서 인종학살 피하려 왔는데"…영상 공개되자 분노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지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한 미국에서 다시 흑인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미국 미시간주 서부에 위치한 그랜드래피즈시에서 26살 흑인 남성 패트릭 료야 씨가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당일 오전 경찰은 마을 도로를 지나던 료야 씨의 차량을 멈춰 세웠다. 차량 번호판이 등록된 것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인 경찰은 그에게 차 안에 있으라고 했지만, 료야 씨는 차량 밖으로 나왔다.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요구했지만, 그는 "왜"라며 거부했다.
료야 씨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차량 앞으로 움직이더니 이내 달아나기 시작했고, 경찰은 테이저건을 꺼내 그에게 쐈다.
그러나 총은 빗나갔고, 료야 씨는 테이저건을 움켜쥐었다.
이에 "테이저건을 놓으라"는 경찰과 료야씨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은 1분 넘게 지속됐다. 그러다 백인 경찰이 로야씨를 위에서 누르며 제압했고 이내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발사했다.
이런 구체적인 사건 전말은 시 경찰이 사건 발생 9일 후인 지난 13일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로야 씨는 2014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간 내전에 따른 학살을 피해 부모, 5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미국에 온 난민이었다.
그는 시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며 자녀 두 명을 둔 가장이었다.
시 경찰은 경찰차와 료야씨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으로부터 확보한 영상을 공개하며 투명성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서도 경찰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료야 씨 가족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그의 부모는 백인 경찰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료야는 결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좋은 아이였다"며 "가족들은 누가 그를 죽였는지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료야 씨 가족 변호인은 백인 경찰의 해고와 함께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며칠간 시위가 벌어지긴 했으나, 동영상이 공개된 것을 계기로 분노가 다시 고조됐다.
시위대 수백명은 미시간에서 행진을 벌였고, 경찰청에 집결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찰의 혐의를 조사 중인 검찰은 "결과가 빨리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영상은 중요한 증거이지만, 모든 증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미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그랜드래피즈 경찰은 인구의 18%를 차지하는 흑인에 대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 자주 비난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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