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영방송 코미디쇼, '건망증' 바이든 이미지 부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한 코미디언이 연단 앞으로 나와 "푸틴, 내 말을 잘 들어라.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메시지는 바로…"라고 외친 뒤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하고 잠이 든다.
중동에서 수억명이 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MBC방송에서 지난 12일 방영된 코미디 프로그램 '스튜디오 22'의 한 장면이다.
1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미국과 관계가 경색된 사우디의 방송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건망증이 심하고 무능한 모습으로 묘사해 조롱하는 영상을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약 1분짜리 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 역을 맡은 코미디언은 옆에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연기한 코미디언과 앞에 나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영상에는 그가 러시아를 스페인, 아프리카 등으로 혼동하거나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떠올리기 힘들어하고, 해리스 부통령 역이 옆에서 정정하려는 듯 속삭이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을 질 바이든 여사와 착각한 듯이 "영부인, 정정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자 당황한 해리스 부통령이 그에게 다시 귓속말을 하기도 한다.
실제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미셸 오바마 여사를 부통령으로 착각하는 말실수를 하면서 이후 백악관이 정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영상은 바이든 대통령 역할을 맡은 인물이 완전히 잠이 들어 해리스 부통령 역할의 코미디언이 끌고 나가면서 마무리된다.
80세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잦은 말실수와 건망증으로 반대 진영의 비판을 받곤 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한창 경색된 상황에서 전파를 탔다.
양국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급격히 틀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또 사우디가 예멘 내전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일부 무기 판매도 중단했으며, 인도주의 위기를 들어 후티 반군을 테러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마찰의 여파로 사우디는 미국 정부의 원유 증산 요청을 무시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려는 미국은 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사우디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재배치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미국 유명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와 비슷한 형식을 띤 스튜디오 22는 이달 개시한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방영된다.
2회차를 맞은 이번 시즌에는 전 세계 지도자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풍자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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