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페이스북이 서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러시아의 친러시아, 반서방 성향 게시물 증가로 고심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최근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아프리카에서 가짜뉴스 차단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페이스북 가짜 뉴스는 친러시아, 반서방 성향 여론으로 정부 기반을 흔들며 여러 쿠데타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활용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등지에서 벌이는 '하이브리드 전쟁'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군사 작전 외에도 정부와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 유포 등을 통한 선전전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이 운영하는 디지털포렌식(DFR) 연구소의 보고서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친러시아 성향 페이스북 페이지가 어떻게 반민주주의 시위와 와그너그룹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는지 보여준다.
연구소는 러시아의 개입을 촉구하고 프랑스 등 서방을 비난하는 내용을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5개 페이지를 확인했다.
해당 페이지들은 2만4천건 가까운 글을 올렸고, 14만개 계정이 이를 팔로우했다. 지난해 9월 이들은 와그너그룹이 프랑스군의 대안이라는 여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군부가 지난 1월 정권을 장악한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쿠데타 수개월 전부터 페이스북에 친러시아 콘텐츠가 퍼졌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여론은 프랑스에 부정적으로 흘렀고,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페이스북은 보고서에 거론된 페이지들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 공동으로 작업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거짓이라는 점이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회사의 정책을 위반한 많은 게시물은 외부 기관의 팩트체크 결과 거짓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명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여론을 조작하려는 조직적인 활동에 관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의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세계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의 제삼자 팩트체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잘못된 정보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과 협의해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수년간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아프리카의 거짓 정보 확산 계정 수백 개를 폐쇄했지만, DFR연구소가 지적한 말리 계정을 그대로 둔 것은 회사 정책의 허점을 세력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방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거짓 여부와 회사 정책 위반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