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후계자 낙점과정 보니…3주간 19명 '기밀 인터뷰'

입력 2022-04-18 12:38  

싱가포르 총리 후계자 낙점과정 보니…3주간 19명 '기밀 인터뷰'
전직 장관이 4세대 장관들 1시간씩 만나…"본인 말고 최적임자 누구냐"
19명 중 15명 49세 웡 재무 선택…총리직 선거없이 '천거·추인' 전통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후계자'로 40대 로런스 웡(49) 재무장관이 지난주 낙점되면서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총리직 '이양' 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싱가포르에서 새 총리를 선택하는 방식은 영국 등 여타 의원내각제 국가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집권당 내에서 후보끼리 경선을 해 총리를 선출하지만, 싱가포르는 그런 선거 과정이 없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한 이후 줄곧 현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는데, 총리는 PAP 지도부의 내부 논의로 사실상 확정된다.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초대 리콴유(2015년 사망)에서 고촉통으로,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으로 총리 자리가 승계될 때마다 이런 관행이 반복됐다.
서울보다 약간 큰 면적에 인구도 약 545만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최상위권인 강소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운다.
이번에도 그 관행이 이어졌다.
올해 2월 70세가 된 리 총리는 '후계자 낙점'을 위해 2018년 16개 정부 부처 중 10개 부처에 4세대(G) 그룹 정치인 10명을 전진 배치했다.
'4세대 그룹'은 PAP를 이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4세대 정치인의 맏형격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헹스위킷 부총리가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자 리 총리는 같은해 4·23 부분 개각을 통해 4세대 그룹 중 선두주자 3인방에 새로운 자리를 맡겨 '최종 모의고사'를 진행했다.
웡 재무장관, 찬춘싱(52) 교육부장관, 옹예쿵(52) 보건부장관 3파전이라는 평이 나왔고, 결국 웡 장관이 최종 승자가 됐다.
이와 관련, 리 총리와 웡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계자 낙점 과정이 소개됐다고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코분완 전 교통부장관이 동석했다. 코 전 장관은 3세대(G) 그룹 정치인으로 내각에서 활동하다 2020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코 전 장관은 리 총리 부탁으로 3월 말부터 4세대 정치인 그룹에서 누가 차기 총리 후계자가 될지를 가리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4세대 그룹 정치인들을 가장 잘 단결시킬지, 누가 장관들의 각기 다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누가 싱가포르가 계속 성공의 길을 가도록 할 수 있는 지가 고려된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코 전 장관은 이후 개인적으로 한 명씩 만나 한 시간가량 인터뷰하면서 누가 차기 총리 후계자 적임자인지 물었다. 이 과정에 약 3주가 걸렸다.
의회 의장과 전국노동조합연맹(NTUC) 사무총장 그리고 헹스위킷 부총리 그리고 장관 16명 등 총 19명이 대상이었다.
코 전 장관은 인터뷰 내용은 기밀이 보장되며, 익명으로 작성된 종합적인 조사 결과만 소수에게 공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제외하고 총리 후계자로 누가 적임인지도 물었다.
다른 4세대 그룹 정치인들을 하나로 모으고, 2015년 말까지 치러져야 하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는 점에서 19명 중 15명이 웡 장관을 선택했다.
나머지 중 2표보다 많은 표를 받은 이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선택이었다.
코 전 장관은 결과를 세부적으로 알려달라는 질의에 "웡 장관이 압도적 다수의 선택이었다는 점으로도 충분하다. 누가 2번째, 3번째였는지 논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웡 장관이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지만, 실제 총리직을 맡는 시기는 차기 총선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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