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사일 공격에 10여명 사상…"근무 전 모여 커피 마시다 피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군의 침공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란처로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리비우)에서 첫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오전 르비우에 미사일 5발이 떨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르비우 당국에 따르면 미사일은 창고 3곳과 차고 1곳 등을 공격했으며, 당시 해당 시설에서는 사람들이 근무 전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르비우 등 러시아와 먼 우크라이나 서부는 상대적으로 전쟁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평가받아왔으며, 르비우는 피란민 수만명이 인접국 폴란드로 가기 전 거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 르비우에서는 통금 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연장됐고, 주말 동안 도심 술집과 교회와 인파로 북적였다.
러시아가 지난달 말 '1단계 작전' 완료를 명분으로 수도 키이우(키예프) 전선에서 철수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민들의 충격은 더 컸다. 러시아는 지난 13일 자국 군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후 키이우와 서부 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재개한 상태다.
공격 전날은 개전 후 처음으로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는 사람이 피란가는 사람 숫자를 앞지른 날이기도 했다.
르비우에서는 지난달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5명이 다친 적이 있지만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공격으로 숨진 20대 남성의 부모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없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야만적인 침략자들이다"라고 비통해했다.
폭격 지점 인근의 70대 주민은 오전 8시 직전 사이렌 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은 안전할 거라 여겨 무시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폭격의 충격 때문에 바닥에 쓰러졌다며 "너무 겁이 났다. 모든 게 흔들리고 모든 유리가 산산조각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멍한 상태로 거리에 있다가 지하실로 대피하라는 이웃 주민의 외침을 들었다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로켓 공격이 아니라 (충격파였던 만큼) 운이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격 당시 버스정류장에 있던 다른 주민은 르비우가 공격받았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고 처음에는 가스 폭발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국가 지도자들의 결정으로 일반인들이 헛되이 죽는다"면서 "매우 겁이 났다. 이건 잘못됐다. 큰 죄다"라고 비판했다.
폭격 지점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또 다른 주민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불안하다. 이게 무엇을 위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도비 시장은 취재진과 만나 "이제 우크라이나에 안전한 곳과 안전하지 않은 곳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면서 이번 공격으로 시민들이 공습경보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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