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무력화 막으려면 항소해야' vs '정상화 노력에 찬물 우려'
바이든 "자신에 달려 있어"…백악관 "공중보건 결정은 전문가가 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연장 결정을 뒤집은 법원 판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연방정부의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연장 조치를 법원이 무효화했지만, 항소 여부를 놓고 법무부가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률 저하에 따라 백악관이 일상생활의 정상화를 추구해 온 터에 항소 자체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제기되지만, 연방정부 정책의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온 다소 엇갈린 듯한 발언은 이를 대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행기에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것은 그들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마스크 의무화를 무효화한 만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로 가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인들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따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해 줄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법무부의 항소 여부 결정은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중보건 결정을 법원이 해선 안 된다. 그것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며 법원 판단에 강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앞서 플로리다 연방법원의 캐슬린 킴벌 미젤 판사는 전날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연장한 연방정부의 결정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미 교통안전청(TSA)은 지난 13일 CDC 권고에 따라 이달 18일 만료 예정이었던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5월 3일까지 보름 연장한 바 있다.
미 정부가 이처럼 법원 판단에 곧바로 항소하지 않고 고민하는 것은 어차피 의무화 연장 조치가 보름이라는 '단기간'인데다 5월 3일이 되면 추가 갱신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자리 잡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분석했다.
하지만 설사 5월 3일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연방 정부가 해제한다 해도,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건 당국의 판단이 무효화된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CDC에 대한 권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률 전문가인 로런스 고스틴 교수는 "선을 넘은 법원 판단이 CDC에 족쇄를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CDC 명령을 무효화하는 선례를 방치하면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한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법무부가 항소를 결정할 경우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하면 이 역시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정부로선 고민의 지점이다.
하지만 사키 대변인은 항소 여부 판단에 정치적 고려사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 자격이 없는 어린이나 면역력 저하자 등을 거론하며 여전히 마스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