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화정책 탈동조화 부작용 부담 작용 관측
지준율 인하로 유동성 공급은 확대…봉쇄 속 경제 정상화 관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19 충격에 직면해 경제 안정화가 다급한 상황에서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3개월째 동결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월 1년 만기 LPR가 전달과 같은 3.70%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도 4.60%로 전달과 같았다.
LPR는 명목상으로는 지정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취합한 수치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통화정책 도구와 정책 지도 기능을 활용해 LPR 산정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시장은 중앙은행이 LPR를 결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써 LPR는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동결됐다.
중국은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기점으로 '안정 최우선' 경제 운영 기조를 정하고 난 뒤 지난 12월과 올해 1월 LPR를 연속해서 인하한 바 있다.
대출 비용을 좌우하는 금리 외에도 유동성 총량을 직접 조절하는 지급준비율도 잇따라 내렸다.
인민은행은 작년 12월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렸고, 이달에도 25일부터 지준율을 0.25% 추가 인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올해 들어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긴축 대열에 합류했지만 여러 악재 속에서 경기 안정이 절실한 중국은 완화 방향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고강도 규제가 초래한 부동산 시장 위축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3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충격이 다른 모든 악재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3월 이후에만 5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가장 큰 감염 파도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무역 허브로서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창장삼각주의 핵심인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8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은 4.8%에 그쳐 연간 성장 목표 5.5%에 한참 못 미쳤다. 인구 유동이 극도로 억제된 도시 봉쇄로 소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아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3월 28일 시작돼 이날로 24일째에 접어든 상하이 봉쇄는 아직 중국 경제 성적표에 제대로 반영조차 되지 않아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실제 경제 충격은 4월 통계가 발표되는 5월 들어서야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미중 통화정책 탈동조화(디커플링)로 인한 불안,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집단 상장폐지 우려, 대러 제재를 둘러싼 미중 대립으로 인한 중국 기업 피해 가능성 등 중국 경제 불안 요소가 첩첩이 쌓인 상태다.
중국이 연초 목표한 5.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이미 어려워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8%에서 4.4%로 내렸다.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달리 이달 LPR가 동결된 것은 중국의 미중 통화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추가 통화완화 공간이 넓지 않다는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금리 격차 축소 또는 역전은 중국 내 외국 투자자본 이탈, 위안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최근 일시적으로 미중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가오루이둥 광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5월 들어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직면한 내외 균형 압력은 현저히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도 당장 추가 통화정책 완화보다는 봉쇄 장기화 국면 속에서 중요 기업의 조업을 재개하는 등 경제 질서를 회복시켜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 지준율 인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유동성은 합리적으로 충족되고 있는 상태"라며 지준율 인하 자금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산업과 중소기업에 중점적으로 쓰이게 지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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