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예루살렘 성지 분쟁에 국제사회 우려…아랍권은 반발

입력 2022-04-20 16:29  

동예루살렘 성지 분쟁에 국제사회 우려…아랍권은 반발
안보리 유럽이사국들 "성지 지위 존중" 촉구…미 국무 "폭력 순환 끝내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과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최대명절인 유월절을 맞아 동예루살렘 성지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밤 회의를 열고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최근 벌어진 폭력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긴장 완화와 폭력 행위 중단, 특히 민간인 피해 방지를 촉구하면서 "성지의 지위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와 로켓 공격을 비판하면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 모두가 자제력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하면서 "폭력의 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마단과 유월절을 맞아 최근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 공통의 성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에서는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스라엘의 유대교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대교도들의 성지 방문이 시작된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주민 일부가 유대교도의 성지 출입을 막으려 하자,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경내로 진입해 팔레스타인 주민과 충돌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1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 주민 3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포가 발사되고,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습을 가하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우파 성향의 유대교도들은 동예루살렘에서 대규모 종교 행사를 열고, 경찰의 불허 결정에도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행진을 강행하기로 하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 19일에는 수만 명의 유대인이 과거 유대인 정착촌이 있었던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호메시를 집단 방문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호메시는 지난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 철수'를 선언하면서 폐쇄한 24곳의 유대인 정착촌이 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아랍권은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에 경찰력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경 진압한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사원 관리권을 가진 요르단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압둘라 2세 국왕이 직접 이스라엘의 알아크사 사원 내 강경 진압에 대해 경고했다.
또 2020년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에미리트(UAE)도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에티하드, 위즈에어 아부다비 등 UAE 항공사들은 올해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축하 비행 동참 계획을 취소했다.
이 밖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북아프리카 수단 등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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