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논란 쟁점은

입력 2022-04-23 07:05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논란 쟁점은
합병가액 산정 두고 "소액주주에 불리" 지적
소액주주·기관투자가 "지배주주 이익 위해 합병비율 왜곡"
동원산업 "경영 효율성 제고 목적…법적 문제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코스피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 간 합병 비율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는 동원산업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왜곡했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동원산업 측은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비율 산정은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 합병가액 '기준시가'로 저평가…동원산업 "원칙에 따라"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하고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합병 비율이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비율은 1대 3.838553이다.
주주들은 이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이 불합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한 기준시가에 근거해 주당 합병가액을 24만8천961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 합병가액은 동원산업 주당 순자산가치인 38만2천14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상장사는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으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정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그러나 자사의 기존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기준시가 방식을 적용해 논란을 낳았다.
반면 피합병 기업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높은 수익가치를 적용해 합병가액을 19만1천130원으로 정해 고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게 산정된 합병가액에 따라 동원산업 가치는 9천156억원에 그치는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2조2천247억원에 이른다.
작년 별도 기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영업이익이 각각 717억원, 48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합병가액 산정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동원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 동원산업 주주들은 원래 가져야 할 몫을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와 함께 나누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또 "동원산업이 현재 사업 회사의 형태에서 합병 이후 사업형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지주사에 대한 평가가치가 할인되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선 그만큼 피해"라고 지적했다.



반면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많은 자산을 가진 지주회사가 생기는 만큼 앞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확장 측면에서 유리한 지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가액도 원칙을 따라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평균해 합병가액을 산정한다"며 "순수지주회사인 만큼 자산과 수익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원엔터프라이즈 계열사 주식을 평가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했고, 동원산업도 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했을 뿐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소액주주·기관·시민단체 반발…"법적 행동 나설 것"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는 이번 합병 과정이 불합리하고 목적에도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합병 전 지분구조를 보면 동원산업 최대 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로 지분 62.72% 보유하고 있다. 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지분 68.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있다.
이에 따라 계획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김 부회장은 단숨에 알짜 지주사인 동원산업 지분 48.43%를 확보하게 된다.
최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며 "오너가 보유한 법인과 그룹의 핵심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간 합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SK C&C와 SK간 합병이 그런 맥락에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동원산업에 "불공정한 합병 추진을 중단하고 일반주주와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불공정한 합병을 강행하면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회사가 합병 비율을 자발적으로 시정하지 않으면 다음 달 초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등 법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9일 동원산업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구체적인 합병 목적과 합병가액의 조정 가능성 등을 질의했다.



◇ 소액주주 구제는…주식매수청구가 낮아 불만
일단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8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원산업이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주식 매수가격이 23만8천186원으로 합병 공시 직전 주가 26만5천원(7일 종가)보다 낮아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원산업 주가는 합병 공시 이후인 지난 11일 하루 만에 14.15% 급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면서 22일 종가 기준 24만8천500원을 나타냈다.
매수 청구일 시점 주가가 회사가 제시한 가격보다 낮으면 주식 매수청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동원산업은 합병계약서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이 700억원을 넘으면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고 기재했다.
다만 동원산업의 경우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분 62%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인 만큼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하더라도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동원산업 소액주주 7천281명이 보유한 주식 수는 75만7천531주로 전체 주식 수의 20.60%를 차지한다.
한국거래소는 동원산업의 우회상장 심사 때 거래소 상장 규정에서 정하는 재무 요건 충족 여부, 감사의견, 소송 계류 사항 등을 살펴본다.
합병 등의 결정은 금융감독원이 심사 수리한다.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 산정 등 절차가 불합리하다면 증권신고서 정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앞서 2020년 말 현대오토에버가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가 문제를 제기해 합병 비율이 조정된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0년 12월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이 합병 조건에 반발하면서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 두 달여 만에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al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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