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과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최대명절 유월절을 맞아 깊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핵심에는 동예루살렘 성지가 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35에이커(약 14만㎡) 크기의 이 지역은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다.
이슬람교도는 '고귀한 안식처', 유대교도는 '성전산'으로 부른다.
이슬람교도는 이 성지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을 예언자 모하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한(미라즈) 곳으로 믿는다. 그래서 이곳을 메카, 메디나에 이은 3대 성지로 꼽는다.
유대교도는 이곳을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곳으로 믿는다.
기독교도 역시 예수의 생애와 많은 관련이 있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매년 라마단 때면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이 반복되는 이 성지에는 규칙이 있다.
성지에서 기도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의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서쪽 벽에서만 할 수 있다.
다만 기도를 하지 않는 비(非)이슬람교도의 성지 방문은 허용되는데, 라마단의 마지막 열흘간은 예외다.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유대교도들은 유월절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이스라엘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대규모로 성지 방문에 나섰다. 비이슬람교도의 성지 방문 허용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유월절을 맞은 유대교도의 성지 방문을 기도 허용 행위로 보고 이를 제지하려다가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했다.
아랍권은 이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장에 동조한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21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이 성지 규칙을 어기고 유대인의 성지 기도를 허용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회의를 주최한 요르단 외무장관은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알아크사 사원과 고귀한 안식처 경내는 이슬람교도만의 예배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성지 규칙을 어기거나 이를 변경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을 방문한 미국 관리들과 만나 "이스라엘은 성전산 규칙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 규칙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성지 내에서 이뤄지는 유대교도의 이른바 '조용한 기도'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제 될 게 없는 입장을 밝혔다.
조용한 기도란 지난해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들어간 한 유대교 랍비가 사원 구석에서 조용히 기도하다가 사원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에 적발돼 법정 공방까지 가면서 논란이 됐었던 이슈다.
당시 이스라엘 경찰은 이 랍비에게 2주간 사원 출입을 금지했지만, 이스라엘 법원은 이 랍비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어쨌든 논란 속에 22일부터 남은 라마단 기간 유대교도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은 금지된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의 충돌 요인이 제거되는 셈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금요 예배일(22일과 29일)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알아크사 사원과 성지 보호를 촉구하고 있어, 남은 라마단 기간 추가적인 충돌이 발행하지 않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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