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징어게임' 찾아서…제작사 마진·라이선스 비용도 줄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11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자가 감소한 넷플릭스가 성장보다 비용 대비 효율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비 관리 강화에 나선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구독자 확보를 위해 제작비를 아끼지 않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넷플릭스는 1분기 말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보다 20만명 감소한 2억2천16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가입자 감소 소식에 넷플릭스 주가는 20일 하루에만 35.1%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540억달러(약 66조6천900억원)가 사라졌다.
넷플릭스 경영전략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은 넷플릭스가 프로그램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면서 올해 선보일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500편을 넘었던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넷플릭스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작 방향을 바꿔 프로그램의 단순 시청자 수보다는 제작비 대비 시청자 수를 핵심 지표로 삼는 등 수익 확대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저비용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을 찾는 것이 넷플릭스의 꿈이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회당 제작비가 약 300만달러(약 37억원)인 상대적 저예산 드라마 '버진 리버'가 세 배가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브리저튼'의 성공보다 회사에 훨씬 큰 성공이 된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버진 리버보다도 더 적은 회당 약 238만달러(약 29억5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바 있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같은 대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들어간 프로그램의 성공이 필요하다고 WSJ은 분석했다.
그간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시청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유명 제작사와 배우 등을 끌어들여 왔다.
그러나 이제 기존 영화사·방송사들처럼 프로그램 개발 단계부터 각본, 줄거리 등 제작 과정에 더 관여할 것이라고 넷플릭스 경영진은 밝혔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 순수 제작비에 20∼35%의 마진을 더해서 제작사에 지급하는 현재 방식을 제작비의 일정 비율이 아닌 일정 금액으로 바꿔 제작비가 늘어도 마진이 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외부 제작 콘텐츠 방영 라이선스 비용도 최대 25%까지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르 면에서도 성적이 나쁜 토크쇼나 뮤지컬 투자는 줄이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과)가 좋은 다큐멘터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드라마 등의 후속 시즌에서 시즌별 회수를 줄이고 있다.
또 상대적인 탈퇴 가능성이 큰 가입자들을 최대한 끌고 가기 위해 시청 빈도가 낮은 가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올해도 콘텐츠 확보 비용을 작년보다 200억달러(약 24조8천억원) 이상 늘릴 계획이지만, 좀 더 면밀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용에 민감한 시청자들을 위해 광고가 포함된 저가 서비스 출시, 계정 공유에 대한 과금도 추진하는 등 매출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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