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전문가 진단…"괴물급 위력에 비해 실용성 거의 없어"
"흑해 기함 침몰 망신 뒤 체면치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시험발사한 것은 우크라이나전에서 구겨진 체면을 살리려는 국내용 겉치레라는 서방의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전날 러시아의 시험발사 의미를 일제히 깎아내렸다.
이들은 사르마트가 현재 안보 구도를 따질 때 서방에 거의 위협이 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기능이 향상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르마트는 사거리 1만8천㎞로 지구 어디라도 타격할 수 있으며 핵탄두 10여개를 탑재해 히로시마 원폭의 2천배 정도 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단 실제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 프로젝트 소장은 사르마트가 격납고에서 발사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다른 이동식 ICBM보다 더 많은 감시를 받기에 사용하려 할 때 적군의 선제타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ICBM 성능을 높여가는 진도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시험에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크리스텐슨 소장은 "엔진이 약간 개선됐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보유한 SS-18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도 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 등 다양한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억지력을 갖춘 까닭에 사용 불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브 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대러작전 수석은 사르마트 시험발사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위협"이라면서도 미국 타격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오판의 위험 때문에 미국에 사르마트 시험발사를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런 일상적 시험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동맹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이번 시험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겪은 실패를 자국민에게 감추려는 국내용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은 며칠 내 수도를 점령한다는 애초 당찬 계획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흑해 함대를 지휘하는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해 전력에 큰 타격을 입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로 모스크바호를 격침했다고 주장하면서 강군의 자존심은 더 구겨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의 필립스 오브라이언 전략학 교수는 러시아가 사르마트 시험을 한 것은 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복잡한 체계를 운용할 러시아군의 역량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계속 약점을 드러냈기에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기술 역량에 자부심을 품도록 하려고 애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재국이 무기 자랑에 능한 법"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사르마트가 세계 최고의 체계라고 뽐낼 때 히틀러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