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청년 농민공들이 공장을 기피하면서 제조업들이 고용난에 빠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농촌 출신 도시의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들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의 제조업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현재 청년 농민공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따분한 저임금의 공장 대신 벌이도 좋고 자유로운 배달 기사 등 다른 일을 선호한다.
베이징의 배달 기사 랴오 융(19)은 "공장에서는 하루 7∼8시간 한 가지 일만 반복해 내가 발전할 여지가 없다"며 "반면 배달은 훨씬 재미있다. 여러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배달 기사들은 한 달에 1만5천위안(약 287만원)을 쉽게 벌 수 있고, 이는 저임금 공장 노동자 월급보다 약 두 배 많다고 SCMP는 설명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배달 기사 왕쥔청(21)은 "시간이 훨씬 자유롭고 많이 일할수록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공들의 공장 기피는 지난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한 자동차 제조업자가 젊은 일꾼들이 배달업체로 몰리면서 제조업이 고용난에 빠졌다고 성토하자 이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배달업체가 아니어도 청년 농민공들의 공장 기피는 보편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운용사 루미스세일스의 좡바오 분석가는 "요즘 청년 농민공들은 도시에 살면서 자신의 생활을 누리고 싶어한다"며 "그들 중 많은 이에게 공장보다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래리 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평균 임금 상승과 서비스 분야의 확장으로 노동자들은 벌이가 더 좋은 직업 선택지를 더 많이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선진국 젊은이들이 더 이상 저임금의 생산 조립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 중국이 그런 단계가 된 것이고, 그것은 경제 발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25년까지 약 3천만개의 중국 제조업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인력난이 가장 심했던 100개 일자리 중 절반이 제조업이었다.
제조업계는 단순 조립 공정 인력난뿐만 아니라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링,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설계사 등 숙련된 기술자들도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고등교육 체계가 시장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꾼들을 육성해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단순 공정의 인력난은 자동화로 해결한다 해도 고급 기술자 부족은 그렇게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해외 고급인재 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등이 해외 기술 절도, 간첩 행위 등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중국 당국은 2018년께부터 해당 계획을 거론하지 않았다.
항셍은행의 왕단 수석 분석가는 해외에서 고급 인재를 채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최근 몇년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재들의 중국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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