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오히려 러시아 혜택 가능성…EU 합의 깨질 수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를 논의하는 가운데 가능성과 효과를 두고 회의론과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선 유럽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서방 경제가 마비되고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1970년대 오일쇼크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유럽은 중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만 원유 수입 전면 금지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 없이 할 방법이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담에서 역시 같은 경고를 했다.
공급을 압박하는 제재로 유가가 올라가면 러시아 에너지 판매수입이 증가해서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EU가 러시아 석유, 가스 제재를 부과하기로 한다면 미국은 러시아의 재정에 도움이 될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원유 금수 관련 EU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며, 독일의 일정을 고려할 때 일러도 연말까지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에너지 의존율이 60%가 넘는 헝가리와 같은 국가들은 경기를 유지하며 대체 공급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계적 보조금 지급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EU는 중동 등지의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제에너지기구(IEA)와 EU는 이번 여름에 차를 덜 운행하고 에어컨을 끄고 주3회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고했다.
IEA 관계자는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자신을 돕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 후 경제 피해로 인해 EU 내 합의가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경우 유럽이 수입 금지 대신에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엄격한 관세 부과다.
관세는 수입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술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음주와 흡연을 억제하듯이 러시아 원유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러시아 원유에 징벌적 수입세율 90%가 추가된다면 유럽 정유사들은 다른 지역 원유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석유 판매 이익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유럽의 관세만큼을 빼주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관세는 러시아를 희생시키고 유럽의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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