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철강업계가 자동차업계와 자동차 강판을 t(톤)당 15만원 정도 인상하는 것으로 가격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업계의 해외 수주 실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제조원가 상승분이 바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 협상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과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인해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철강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은 급등한 상태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t당 150.5달러로 연초에 비해 22.5%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의 가격도 22일 기준 t당 530달러로 연초보다 47.4% 급등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전체 제조원가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익에 타격이 예상돼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조선업체들은 장기간의 부진을 딛고 상당한 해외 수주 실적을 기록했으나 대부분 원가 상승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후판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는데 조선업체가 원가 동결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비정상적으로 후판 가격이 올라서 수주가 많아도 이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원래 조선업이 마진이 높지 않은데 만약 올해 후판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면 아무리 수주 상황이 좋다고 해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간의 이런 입장차로 인해 후판 가격 협상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자동차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수주 호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협상에 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아 협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철강업체들은 현대차·기아와 올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t당 15만원가량 인상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t당 15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돼 사인만 앞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는 애초 t당 15만~20만원의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인상폭으로 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현재 강판 가격이 t당 115만~12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상 후 가격은 t당 130만~140만원 수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1.7∼2t짜리 중·대형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약 1t의 철강재가 들어간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