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연계 라자루스, 美제재에도 훔친 암호화폐 빼내가"

입력 2022-04-24 15:57   수정 2022-04-24 16:06

"北연계 라자루스, 美제재에도 훔친 암호화폐 빼내가"
암호화폐 종류 바꾸고 출처 은폐…6억달러 중 1억달러 빼내
국가별 규제 수준차로 단속 한계…美 '안보위협'으로 보고 대응 강화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가 미국의 제재속에서도 막대한 암호화폐를 훔쳐 빼내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호화폐 추적사이트인 이더스캔 데이터와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훔친 6억달러(약 7천46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돈세탁 방식으로 미국 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은 훔친 암호화폐를 '원격 차단'이 불가능한 이더리움으로 변환해 이전하고 있으며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암호화폐의 출처를 감추고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암호화폐를 뒤섞어서 소유자 추적이 어렵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자루스는 이런 방식으로 22일 450만 달러(약 56억원) 가치의 이더리움을 이전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1억 달러(약 1천243억원)를 빼가는 데 성공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앞서 액시 인피니티를 구동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로닌 네트워크는 지난달 보안 침입 사고로 이더리움 17만3천 코인과 2천550만 달러(약 317억원) 상당의 USD 코인(USDC)을 탈취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라자루스가 액시 인피니티를 해킹 했다고 보고 14일과 22일 이들이 사용한 암호화폐 지갑 4개를 제재 대상에 올리고 자산 동결을 시도했다.
북한군 정찰총국과 연계된 조직으로 추정되는 라자루스는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조롱한 영화를 제작한 소니픽처스를 해킹하기도 했다.



라자루스가 미국 제재에도 여전히 돈을 빼낼 수 있는 것은 불법적인 암호화폐 흐름을 차단하려는 각국 정부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라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국가별로 차이나는 법 집행 체계를 활용하고,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암호화폐로 추적을 피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등 사이버 범죄자들이 암호화폐 경제 시스템의 약점을 찾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립틱의 규정 준수 담당자 크리스 드포는 "모두가 무엇이 가능하고 어떻게 공격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여전히 배우는 시기"라며 "특히 암호화폐는 국경이 없어 국제적으로 일관된 표준을 강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사법 체계에서 법 집행이 잘돼도 이보다 약한 사법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2억달러(약 4조원)에 이어 올 1분기 13억달러(약 1조6천억원) 의 암호화폐 탈취 사건이 발생하는 등 범행 규모가 경신되고 있으며 이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보는 미국 당국도 긴박히 대응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제재를 암호화폐를 이용해서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20일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리버 등을 제재했으며 이달 초에는 러시아 기반의 다크넷인 히드라에 대한 폐쇄도 발표했다. 또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인 가란텍스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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