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종 금지한 뒤 '문제있다' 그림 4장 묻지마식 공개
보수이념 추종…비판적 인종이론·사회정서학습 비판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정부가 이른바 비판적 인종이론(CRT)과 사회정서학습(SEL) 등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수십 종의 수학 교과서 채택을 거부한 데 이어 거부 사유와 관련된 4장의 이미지를 뒤늦게 공개했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로리다주는 이달 18일 132종의 수학 교과서 중 54종에 대해 금지된 교육 주제가 실렸다는 이유로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았으나 결정 절차나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번에 공개된 4장의 이미지도 출판사의 저작권을 이유로 출처나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이 제시됐다.
한 이미지에는 '인종적 편견 측정하기'란 표현과 통계 그래프가 있다.
또 다항식 계산을 설명하는 다른 예에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라는 반문과 함께 '내재적 연관성 검사(IAT)'를 언급하고 있다. IAT는 특정 사안에 대한 무의식적인 태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밖에 교사용 가이드로 보이는 다른 두 이미지에는 수업목표 등으로 SEL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가 자체적으로 21종의 수학 교과서의 온라인 샘플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책에서 CRT나 인종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교과서가 SEL 관련 내용은 포함하고 있다.
'학업 및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협력단체'에 따르면 SEL은 학생들의 정체성 발달, 감정 관리, 개인 및 집단 목표 달성, 정서적 유대 강화 및 책임감 함양 등을 돕는 것이 목표다.
심리학적인 연구 기반의 SEL은 최근까지 미국 교육에서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과도한 좌파 이념 교육 문제가 부각되면서 SEL도 타깃이 됐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SEL에 CRT가 내재해 있다고 보고 있다.
CRT는 미국 내 인종 차별은 개인이 아니라 백인이 주도해온 사회 시스템과 법률 차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이론이다.
1970~80년대 발전된 이 이론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연방 기구의 인종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에서 CRT 등이 들어간 내용을 빼도록 지시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됐다.
보수진영에서는 CRT와 SEL 이론이 학생들을 세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오히려 SEL이 오히려 백인 중·상류층 문화와 결부된 행동만 평가하고 학생들이 인종, 언어, 가난의 장벽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끈기를 가르치는 데는 소홀하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플로리다주 법에 따르면 출판사들은 승인 거부 문제에 대해 21일 이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또 각 학군은 승인받은 교과서 구매에 절반 이상의 예산을 집행할 경우 미승인된 교과서도 구입할 수 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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