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자금 마련 위해 대량 매도하면 시장에 하방 압력
"테슬라 투자자, 머스크가 트위터에 많은 시간 쓸 가능성 우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가 지분을 팔면 당장은 테슬라 주가나 전반적인 증시에 약간의 하방 압력을 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자금 중 자기자본, 즉 현금으로 내겠다고 밝힌 210억 달러(약 26조6천억 원)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중 일부를 팔아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고 부자이기는 하지만, 재산의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이미 테슬라 지분을 팔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분 매각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 대상이지만, 매각 사실이 공시되기까지는 통상 여러 날이 걸린다.
만약 머스크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했더라도 테슬라 주가에 아주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테슬라 전체 주식의 17%(약 1억7천500만 주)를 보유한 머스크가 210억 달러의 현금을 마련하려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거의 2천400만 주를 팔아야 하는데 이는 테슬라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량과 비슷하다. 주가가 12% 이상 곤두박질쳤던 전날에는 그 두 배에 가까운 4천500만 주가 거래됐다.
따라서 머스크가 팔아야 할 최대 주식 수는 시장 전체를 압도할 정도의 물량까지는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머스크가 지난해 두 달에 걸쳐 당시 16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테슬라 주식 1천500만 주를 팔았으나, 해당 기간 테슬라 주가가 눈에 띄게 내려가지는 않았던 전례도 있다.
다만 머스크가 그보다 많은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위터 인수자금 중 자신의 테슬라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기로 한 125억 달러(약 15조8천억 원)에 대해 주가가 더 급락하면 은행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또 머스크의 대량 매도가 뉴욕증시 전반에 단기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테슬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에 모두 편입돼 있고,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뮤추얼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계좌에 이러한 펀드나 테슬라 주식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주가 급락의 여파는 무시하기 어렵다. 시가총액 9천억 달러가 넘는 테슬라 주가가 1달러 떨어질 때마다 S&P 500 지수는 0.099포인트 하락한다고 S&P 다우존스의 애널리스트 하워드 실버블라트가 NYT에 전했다.
전날의 경우 테슬라 급락분이 S&P 500 지수 전체 하락분의 거의 10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2.2% 하락한 테슬라보다 같은 날 3.7% 하락에 그친 시총 1위 애플이 S&P 500 지수를 더 많이 끌어내렸다고 실버블라트는 지적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여파가 크기는 하지만 최상위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별도로 '테슬라 신화'를 일군 머스크가 앞으로 트위터 경영에 몰두하면서 테슬라에 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염려도 크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는 NYT에 "테슬라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트위터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가 테슬라에 맞췄던 레이저 같은 초점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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