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 전 비밀경호국 해이한 분위기 지적…보복 기소"
"케네디, 국민화합을 사명으로 생각…암살될까 두려워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미국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의 첫 흑인 요원 에이브러햄 볼든(87)이 포함됐다.
현재 시카고에 거주하는 볼든은 사면 발표 하루만인 27일(현지시간) 지역 유력 매체 인터뷰를 통해 1961년 당시 존 F.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비밀경호국 요원으로 전격 발탁된 일화와 케네디 암살 전·후 비밀경호국 내부 분위기, 기소 후 58년간 멈추지 않은 명예 회복 노력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볼든은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된 지 1년 만인 지난 1964년 비밀경호국 문건을 범죄 집단에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기소됐고 재심까지 간 끝에 유죄판결을 받아 3년여간 복역했다.
그는 당시 비밀경호국 내부의 해이한 분위기를 지적하고 동료들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미움을 사 기소된 것이라며 평생 무죄를 주장해왔다.
시카고 남부 토박이 볼든은 26세 때인 1961년 4월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정치행사를 위해 찾은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임시 대통령 전용 화장실 보안 경비를 맡았다가 케네디 눈에 띄게 됐다.
볼든은 "대통령이 나를 보고 화장실 문 앞에 멈춰서서 '백악관 경호실에 흑인 요원이 있었나'라고 묻길래 '없는 걸로 안다'고 답했더니 '최초의 흑인 비밀경호 요원이 되겠냐'며 채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 달 후 볼든은 들뜬 마음으로 워싱턴DC에 도착, 비밀경호국에 합류했다. 그는 케네디 가족이 자주 찾던 매사추세츠주 하이애니스 포트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이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준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 가 현실을 깨달았다.
그는 "동료들이 인종적 욕설을 하며 차별했고 대통령이 나를 잘 대해 주면 더욱 괴롭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케네디 (전) 대통령은 미국의 화합을 사명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며 "암살당할까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볼든은 당시 대통령 경호가 느슨한 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근무 중에 술을 마시고 여성들을 탐닉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요원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했다가 외려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목숨 바쳐 대통령을 지키겠다 맹세했고 그 과정에서 내 정신력도 강화됐다"며 "덕분에 수감 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공부하고 기도하며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볼든은 1963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구성된 '워런 위원회' 측과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시카고로 호송돼 1964년 위조범죄 집단 두목에게 5만 달러(약 6천300만 원)를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케네디 암살 사건의 여파로 나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다"며 2차례 재판 끝에 1966년 6년 형을 받고 수감, 3년 3개월 복역 후 가석방됐다고 밝혔다.
볼든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사면 청원을 했으나 거절됐고 이후로도 백악관은 줄곧 침묵했다.
볼든은 계속 시키고에 살면서 자동차 품질 관리 감독자로 일하다 2001년 은퇴했다. 그는 부인의 권유로 회고록을 쓰기 시작해 2008년 '딜리 플라자(케네디 암살 장소)의 메아리'를 출간했다.
볼든은 바이든 대통령이 78명의 첫 사면·감형자 명단에 자신을 포함해 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암울했던 시절, 힘과 용기와 의지를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백을 입증받으려는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으나 60년 만에 결국 승리했다. 나의 사면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진실의 편에 서려는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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