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술기업, 지정학적 환경·규제·경기둔화 '3중고'

입력 2022-04-28 10:39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 지정학적 환경·규제·경기둔화 '3중고'
올해 1분기 자금조달 규모, 작년 동기 대비 76.7% 급감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올해 1분기 자금조달(funding) 활동이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와 지정학적 환경 악화, 중국 경제의 둔화 등 '3중고' 영향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정보통신연구원(中國信息通信硏究院·CAICT)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인터넷 부문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가파르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CAICT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의 올해 1분기 자금조달 건수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8.3% 감소했다.
특히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올해 1분기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1분기 대비 76.7%나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은 지난해 1분기에는 1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35억1천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 활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다.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자금조달 규모는 각각 84억6천만 달러와 61억 2천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 급락은 2021년 여름부터 본격화한 고강도 규제와 사교육 규제와 시기를 같이 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여름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 그룹에 대한 '안보 심사'를 신호탄으로 인터넷 기술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착수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의 자회사인 디디 글로벌(Didi Global)이 지난해 6월 30일 미국 뉴욕증시에 44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된 지 이틀 만에 디디추싱 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당시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에 대해 "데이터 안보 위험을 막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후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16일부터 CAC를 비롯해 국가 인터넷정보협회와 공안부, 국가안전부 등 7개 국가 기관 합동으로 디디추싱에 대해 고강도의 인터넷 안보 심사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은 아직 디디추싱의 조사와 관련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7월 24일 사교육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 과제 부담과 방과 후 과외 부담 경감을 위한 의견'을 발표, 사교육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 나섰다.
이 규정은 의무교육 단계의 교육과정에 대해선 예체능을 제외하고는 영리 목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 사교육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교 교과와 관련된 모든 사교육이 금지됐고, 취학 전 아동 대상의 온라인 수업이나 교과 관련 교육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중국 기술기업들의 주요 기업공개(IPO) 대상지인 미국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여건도 미·중 간 전략경쟁 등의 여파로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증권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기업책임법(HFCAA)에 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에 대해 엄격한 회계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기업책임법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들이 3년 연속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감사를 받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SEC는 외국기업책임법의 규정을 근거로 지금까지 총 40개 중국기업을 '잠재적 퇴출 목록(a list of stocks facing potential delisting)'에 포함했다.
이 가운데는 중국 최대의 검색 기업이자 인공지능(AI) 기업인 바이두와 웨이보도 포함돼 있다
잠재적 퇴출 목록에 포함된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 운영 기업인 소후닷컴은 최근 나스닥 상장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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