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 남부 헤르손 내달 주민투표설
"헤르손 루블 사용령"…크림반도 데자뷔에 주민 '엑소더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를 강제로 병합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등을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계획 중이며 남부 헤르손의 법정화폐를 러시아 루블화로 바꾸려 한다는 등 보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다음 달 실시하려고 한다고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를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두자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다음 달 중순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 매체는 러시아 당국이 조작된 주민투표를 통해 LPR과 DNR을 병합할 계획을 짜고 있다는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메두자는 크렘린궁 익명의 관료 3명의 발언을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이 중 2명은 주민투표가 다음 달 14~15일에 실시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날짜도 언급했다.
애초 러시아는 이보다 이른 시점인 이달 말께 투표를 계획했지만, 돈바스 공격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뤄졌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돈바스 해방'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돈바스는 2014년부터 친러시아 반군이 일부 통제해온 지역으로, 러시아는 돈바스가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하거나 러시아에 병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당국은 자체적으로 LPR과 DNR의 독립을 승인했지만, 이 지역은 행정적으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에 속한다.
러시아는 '특수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한 이번 전쟁에서도 돈바스와 남부 해안 지역을 점령해 2014년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와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군이 장악한 헤르손도 주민투표를 통해 병합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메두자는 전했다.
크렘린궁은 헤르손인민공화국(KhNR)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자치 세력으로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 본토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는 헤르손을 개전 초기부터 집중 공격해 완전히 장악했다.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데 이어 주민투표를 거친 강제병합 가능성이 제기되자 헤르손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하고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와 헤르손 등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크림반도 병합 당시 썼던 방식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 96% 이상이 찬성한 결과를 근거로 병합했다.
러시아는 점령지를 경제적으로도 귀속시키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장악한 헤르손시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사용하는 '루블존'이 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날 다음 달 1일부터 헤르손시가 루블존이 된다는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4개월간 헤르손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통화가 동시에 사용되며, 이후에는 루블화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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