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조각투자 신산업 아냐…증권성 있으면 규제 따라야"
가이드라인에 증권성 판단 기준·사업자 고려 사항 안내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조각투자'를 표방하는 거래 플랫폼은 자사의 증권성 여부를 따져본 뒤 적용 법규에 따라 합법적인 거래 체계를 갖춰야 하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후속 조치로 기타 조각 투자 플랫폼 사업체에 적용될 사업 가이드라인을 28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거래 상품이 실제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일 가능성이 높아 관련 법규에 따른 정비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이날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 발표 후 브리핑을 열고 조각투자의 증권성 성립 요건 등을 안내했다.
◇ '조각투자' 표방하며 규제 피할 우려에 가이드라인 제시
금융위 관계자는 "조각투자라는 산업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소액 주주의 주식 투자나 부동산 공동 투자 등 형태 역시 조각 투자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실물 자산을 소유해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고, 증권으로써 증권 규제를 지키는 것도 아닌 중간 영역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2018년 영업을 시작한 뮤직카우를 시작으로 부동산, 미술품, 가축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조각 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생겼지만, 대부분의 사업체가 규제에서 벗어난 상태로 영업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산업이 생긴 것이 아니라, 증권에 해당하지만 지켜야 할 규율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존에 있었던 규제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각투자 가 제도권 내로 포섭됐다'는 인식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조각투자 플랫폼은 크게 민·상법 적용 대상 혹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해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일반적인 상거래로 분류돼 민·상법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뮤직카우와 같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지분만큼의 청구권을 가지는 경우 증권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돼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
사업체별 운영 형태에 따라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6가지 중 하나로 규정될 수 있다.
금융위는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 일정 기간 경과 후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경우 ▲ 사업 운영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경우 ▲ 실물자산, 금융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조각투자 대상의 가치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경우를 꼽았다.
아울러 ▲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회수금액을 지급받는 경우 ▲ 새로 발행될 증권을 청약·취득할 수 있는 경우 ▲ 다른 증권에 대한 계약상 권리나 지분 관계를 갖는 경우 ▲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도 포함된다.
◇ 증권성 있다면…자본시장법 준수하거나 샌드박스 제도 활용해야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 판단 결과 증권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자는 현행 자본시장법 규제를 모두 준수하면서 증권을 발행·유통해야 한다.
규제를 모두 준수하기 어렵다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한시적으로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구조 재편이 어려운 조각투자 업체들의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 노력이 당분간 연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모든 사업체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유통이 금융시장, 투자자 편익 등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성이 있고, 조각 투자대상 실물자산·권리의 소관 법령(샌드박스 활용 포함)에 따른 사업화가 불가능해 증권의 발행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이 인정될 때 가능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됐더라도, 금융위원회는 6가지 핵심 투자자 보호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을 투자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설명자료와 광고의 기준·절차를 마련하고, 약관·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투자자의 예치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신탁하고, 도산 시에도 투자자에게 반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사업자의 도산위험과 투자자의 권리를 절연해, 사업자가 도산해도 투자 자산이 소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밖에도 ▲ 증권 예탁 또는 예탁에 준하는 권리관계 관리·확인 체계 마련 ▲ 물적 설비와 전문인력 확보 ▲ 분쟁 처리 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마련 등이 요구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6가지 핵심 투자자 보호 체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조각 투자 플랫폼이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수단이자,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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