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8% 중남미,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은 28%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 인구가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4%가량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사망자 중 중남미 사망자의 비율은 28%에 달한다.
중남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은 중남미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NGO 경제사회권리위원회(CESR)가 2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보고서는 "불평등 수준이 높고 보건과 사회 보호를 위한 공공지출이 적은 나라일수록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특히 소외계층의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중남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지역으로, 2019년 기준 상위 20% 부자가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중남미 내에서도 불평등이 심한 지역일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루, 멕시코,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 중남미 내에서 불평등 정도가 심한 나라들이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수에서도 상위였다.
특히 페루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6천378명(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은 대체로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고,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빈곤층은 코로나19 치료 기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범미보건기구(PAHO)는 국내총생산(GDP)의 6% 이상을 공중보건에 투입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중남미에서 이를 충족하는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쿠바, 우루과이뿐이다.
페루의 경우 그 비율이 3.3%에 그친다.
상위 20% 부자의 소득이 하위 20%의 10배에 달하는 칠레도 인구 대비 공중보건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후 중남미 여러 나라가 빈곤층을 돕기 위해 현금 지원 등에 나섰으나, 의료 보험 혜택을 확대한다거나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나라는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에리카 게바라-로사스 미주국장은 "중남미의 현재 (불평등) 상황은 수백 년의 식민 역사 속 불의의 결과로, 특정 계층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권리를 부정당해왔다"며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중남미 정부들은 실질적인 조치들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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