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총리 "오래전에 이뤄졌어야…차별적 잘못된 것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캐나다 정부가 30년 만에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제한하는 규정을 완전 철폐했다고 B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보건부는 현재 3개월 내 성행위를 한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제한 규정을 없애면서 "더 개방적인 헌혈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9월 30일부터는 헌혈 희망자의 성적 지향 대신 위험한 성행위를 했는지 여부만 사전에 조사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피와 혈액제 기증을 받는 캐나다 혈액원은 남성 동성애자 헌혈 제한 규정을 없애달라고 캐나다 보건부에 요청한 바 있다.
캐나다는 1980년대 약 2천 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고, 약 6만 명이 오염된 혈액 수혈로 C형 간염에 걸리는 사태를 겪었다. 1992년에는 HIV 확산을 막기 위해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금지했다.
그러다 2013년 처음 규정을 완화해 5년간 동성애를 하지 않은 남성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헌혈할 수 있도록 했고, 이후 '3개월 금욕 후'로 한 차례 더 규정이 완화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총선 당시 헌혈 규제 철폐를 공약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해 계속 비난을 받아 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 이제야 이뤄졌다며, 현행 이들 성소수자에 대한 헌혈 제한은 "차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지난해 남성 동성애자 3개월 금욕 규정을 철폐했고, 프랑스와 그리스, 이스라엘, 헝가리, 덴마크, 브라질 등도 최근 성 소수자 헌혈 제한을 없앴다.
동성애나 양성애 남성의 헌혈 전 3개월간 성교 금지 기간을 둔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혈액이 부족해지자 이들의 헌혈에 대한 제약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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