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정치 선전이 판치는 러시아에서도 '전쟁 반대'를 외치는 러시아인들의 저항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러시아의 '문화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중심가에 '해괴한 조형물'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자라'(ZARA), '아디다스'(ADIDAS), '맥도날드'(McDONALDS), '엡손'(EPSON) 등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중단한 글로벌 기업의 로고 앞 글자만 모아놓은 형태다.
이 알파벳을 합치면 'ZAMESTIM'이 되는데 러시아어로 '우린 대체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기업이 떠난 자리를 러시아 기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러시아 나름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조형물 앞에서 인터뷰에 응한 러시아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러시아 국영 TV의 정치 선전을 그대로 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도시 곳곳의 유서 깊은 건물과 정원에 '전쟁 반대'를 호소하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슬로건이 적힌 그라피티가 발견됐다며 이를 '저항의 형태'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수군사작전'으로 부르도록 강제하는 등 여론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전쟁을 전쟁으로 부르는 것부터 저항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이 도시의 한 여성 예술가는 러시아군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슈퍼마켓의 가격표를 반전 메시지로 바꿔친 혐의라고 한다.
그러나 저항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작지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구속된 예술가의 측근은 CNN에 "정치적 탄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박탈됐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박해당하고, 투옥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도 저항의 움직임이 있다. 시위도 벌였다"며 "하지만 시위 하나하나가 큰 위험이다. 체포될 수도,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은 큰 패배를 당한 기분이다.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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