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전쟁터가 된 아이티 수도…주민들 맨몸으로 피란

입력 2022-04-30 01:24  

갱단 전쟁터가 된 아이티 수도…주민들 맨몸으로 피란
포르토프랭스 북부서 갱단 다툼 격화…주민 수천 명 집 떠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라이벌 갱단들의 영역 다툼이 거세지면서,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피란에 나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 북부 지역에서 최근 갱단의 다툼이 격화했다.
지난해 미국 선교단을 납치하기도 한 '400 마우조'라는 갱단과 '셴 메샹' 갱단이 영역 다툼을 벌이면서 지난 24일부터 총성이 잇따랐다.
이 지역에선 지금까지 어린아이를 포함한 20명이 숨지기도 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주민 수천 명은 피란길에 올랐다. 맨몸으로 도망쳐 학교 등에 마련된 임시 쉼터에 머물거나 거리에서 기약 없는 노숙을 하기도 한다.

국민의 60%가 빈곤층인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는 원래부터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정치·사회 혼란 속에 몸값을 노린 갱단의 납치 등이 잦았다.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혼돈이 극심해지며 갱단들이 더 활개를 쳤다.
이미 갱단의 손아귀에 들어간 지역들도 여럿 있다.
아리엘 앙리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치안 악화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고,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총격을 피해 아이 3명과 함께 집을 나온 케를린 브루투스(35)는 AP통신에 "모든 걸 두고 나왔다"며 몸이 마비된 탓에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96세 노부의 안위를 걱정했다.
당장 머물 곳이 없어 가게 앞 계단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이 나라엔 정부도 없는 것 같다. 아무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는다"며 "이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기에 얼마나 있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집까지 쳐들어온 갱단에 의해 3살 딸과 함께 맨몸으로 쫓겨난 멜리사 비탈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며칠째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병든 어머니와 광장에서 노숙 중인 루시앙은 AFP통신에 "400 마우조 조직원들이 우리 집에 불을 질렀다"며 "집 안에 들어와 여자들을 강간한다"고 말했다.
피란길에 나서지 않은 주민들은 집안에 갇혀서 물도 음식도 없이 지내기도 한다.
한 젊은 여성은 아버지의 당뇨병과 고혈압이 악화했으나 밖에 돌아다니기가 너무 위험해 약을 사러 가지 못하고 있다고 AFP에 전했다.
아이티 당국은 포르토프랭스와 남부 지역을 잇는 도로를 지난해 갱단이 장악한 데 이어 이번에 북쪽으로 가는 도로 역시 막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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