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위'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상무장관·USTR 대표에 서한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을 둘러싼 재협상을 연방정부에 강하게 촉구했다.
호건 주지사는 29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이런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호건 주지사는 "최근 유럽연합(EU) 및 일본과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완화 협정 체결에 박수를 보낸다"며 "나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 동맹들과 비슷한 협상을 지연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수입에 적용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동시에 우리는 비시장 관행을 해결하고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맹과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EU 및 일본 등과의 협정 체결을 거론하며 "고품질의 철강 공급국이자 핵심 동맹으로써 한국은 그런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 부인을 둬 '한국 사위'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오는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다.
호건 주지사의 이런 요구는 한국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을 둘러싼 한국의 재협상 요구에 미 통상당국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미국 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당시 고율 관세를 피하려면 쿼터제를 택하라고 했고, 한국은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t대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EU, 일본, 영국은 쿼터제를 택하지 않아 고율 관세를 물게 됐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재협상을 통해 일정한 물량의 관세를 철폐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의 합의를 했다.
이 때문에 EU나 일본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조건이 개선되면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로 한국은 미국에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 당국은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달 23일 "한국은 쿼터 조정을 통해 직전 정부와 합의했고, 재협상은 현재 우리에게 높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했고, 타이 대표도 지난달 16일 한국은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와 관련해 미국과 처음 합의한 나라였다면서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증가하는 철강 수요와 높은 철강 가격으로 그런 협정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협정의 특정 부분은 경직되고 번거로운 것으로 입증돼 한국 철강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에 추가적인 부담과 비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국과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산 철강에 의존하는 우리 주의 제조업체들에 불균형한 경쟁의 장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리 동맹들로부터 철강 수입 관세를 완화하는 것은 미 전역은 물론 우리 주에서 일자리 증가와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데 필수"라며 "EU,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철강 업체들은 우리 주의 기업들의 중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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