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샌디에이고 병원 보고서 "추락사 전무했으나 장벽 이후 19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건설한 후 국경을 넘으려다 죽거나 다친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캘리포니아주의 국경장벽이 최대 9m까지 높아진 2019년 이후 이곳에서 떨어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병원 외상 병동에 온 환자는 375명으로, 장벽을 높이기 전보다 5배 급증했다고 이 병원 의사들이 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그동안 국경 관리 당국은 장벽 건설 이후 사상자와 관련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는 이와 관련한 첫 통계라고 WP는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장벽이 건설되기 전에는 국경에서 추락사는 한 건도 없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장벽이 들어선 이후 16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UC샌디에이고 병원에는 장벽에서 떨어져 두개골이나 척추가 골절되거나 팔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등 끔찍하게 다친 환자가 적잖게 실려 왔다고 WP는 전했다.
왼쪽 다리 골절로 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쿠바 출신 33세 치과의사 헥토르 알메이다는 밀수업자들이 자신의 일행을 사다리를 타고 국경 장벽을 넘도록 도왔다고 설명하고 "우리가 장벽을 넘어야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함께 장벽을 넘던 한 여성은 추락해 두 다리를 다쳤고, 노인 한 명은 머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알메이다는 덧붙였다.
이러한 추락사고는 미국 남부 국경 지역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다양한 사고 중 일부다.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가 미국과 멕시코 사이 리오그란데강에 빠져 목숨을 잃은 이민자도 있고, 바다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실종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장벽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장애물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높은 장벽을 세웠다.
그는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5~9m 높이 말뚝을 줄지어 세워놓은 형태의 장벽을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비유하며 "누구도 넘을 수 없다"고 자랑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