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푸르트 미술관장 "남북관계 고르디우스의 매듭…자연에 답"

입력 2022-05-01 06:07  

에르푸르트 미술관장 "남북관계 고르디우스의 매듭…자연에 답"
독일 에르푸르트 정원관리청장 "남북한 야생화 예술 정원, 특별한 의미"

(에르푸르트[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카이 우베 쉬르츠 독일 에르푸르트 시립미술관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남북관계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면서 결국 대자연에서 답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날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재현한 남북한 야생화 예술정원인 한석현, 김승회 작가의 '제3의 자연(Das dritte Land)'전의 에르푸르트 이전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3의 자연전은 남한에서 북한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맥을 통해 지리적으로 분단된 남북한의 경계를 없애면서 사계절이나 기후변화 등 자연 내지 지리적 관점에서 시공간을 인식하게 해 정치적 분단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쉬르츠 관장은 "이에 따라 제3의 자연전의 관점에서 보면 7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남북간 분단의 의미를 상대화해 제한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남북관계를 보면 아무도 잘라 버리는 것을 시도하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19세기 최고의 예술은 대자연 그자체로 인간의 예술은 어찌해도 이에 미칠 수 없고, 자연을 배워야 한다고 했던 낭만주의의 관점과 궤를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연이나 지리적 시공간의 차원에서 분단을 보면, 정치적 차원보다 낙관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쉬르츠 관장은 구동독지역 에르푸르트시 주민으로서 1989년 가을에 동서독 통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갑자기 모든 게 바뀌었다면서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 에르푸르트 시민들에게 제3의 자연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쉬르츠 관장과 주잔네 크노르 에르푸르트 예술조합 대표는 "에르푸르트 예술조합의 제안에 따라 시립미술관과 정원관리청 등 산하기관들의 긴밀한 협의 결과, 에르푸르트로 유치하기로 결의한 제3의 자연전은 일단 2024년까지 설치허가를 받았지만, 시민들과 다른 지지자들과 연대해 설치기한을 계속 연장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샤 될 에르푸르트 정원관리청장은 "제3의 자연전을 이전하면서 백두대간의 재현이라는 점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강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베를린과는 식생이 차이가 있는 만큼, 식물들이 잘 안착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직접 경험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므로 에르푸르트 시민들에게는 이 정원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드레 퀴릅스 에르푸르트 정원관리청 소속 제3의 자연전 이전 시공 감독은 "남북한의 야생화와 풀과 나무가 함께 자란다는 이 정원의 의미를 분단을 경험한 에르푸르트 시민들은 아주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과 소통이 아주 잘됐고, 시공 과정에서 팀워크가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있던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재현한 남북한 야생화 예술정원인 한석현, 김승회 작가의 '제3의 자연(Das dritte Land)'전은 1일(현지시간) 독일 튀링엔주 에르푸르트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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