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한 나라서 정착하면 해당 국가 평균 연령 낮아져"
![](https://img.wowtv.co.kr/YH/2022-05-01/PEP20220410000201009_P2.jpg)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웃 유럽 국가로 피란하면서 유럽의 인구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개전 2개월여 만에 530만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인접 동유럽 국가로 피신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약 4천400만명)의 약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는 인구 순유출국에서 유입국이 되는 '분수령'을 맞고 있다고 이 잡지는 해석했다. 동유럽권은 일자리를 찾으러 해외로 인구가 빠져나가 일할 수 있는 젊은층 인구가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폴란드가 절반 이상을 받아들였으며, 헝가리도 50만명 이상을 수용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인구는 몇 주 사이 17% 늘어났다. 150만명 가량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더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추정도 있다.
이들 피란민은 대부분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으로 파악된다.
동유럽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은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사회·경제적 해결과제였다. EU 인구는 몇 년 내에 4억5천만명에 근접한 뒤 2070년에는 4억2천4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조사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올해 1월 노동력 부족으로 유로존 내 제조·서비스 기업의 약 25%가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답했다.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체류국에서 그대로 정착하기로 한다면 해당 국가의 평균 연령이 낮아져 노동 가능 인구가 늘어나게 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또 16∼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은 총동원령으로 출국이 금지돼 피란민 다수가 여성인 만큼 성비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고 우크라이나가 어느 정도 파괴되는지에 따라 이런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1999년 코소보 전쟁은 78일 만에 끝나면서 피란민이 신속히 귀국했다. 반면 1992∼1995년 이어진 보스니아 전쟁 때는 피란민 상당수가 돌아가지 않으면서 전쟁 전 400만명이었던 보스니아 인구가 현재 320만명 이하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번 전쟁이 인구학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피란민이 나라를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 출산율이 급락하고 기대수명도 급감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로도 고등교육을 받은 수천명이 전쟁 발발 뒤 이민했고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국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이번 침공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으며 이는 향후 출산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