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비료 발명 이후 첫 사례…비료 가격 급등 여파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비료 가격 급등으로 전 세계 각국 농가들이 동시에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초유의 사태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올해 식량 생산량 전망이 암울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비료 가격은 암모니아 생산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칼륨 비료의 주요 성분인 탄산칼륨을 생산하는 벨라루스 업체에 대한 제재, 공급망 혼란을 야기한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부터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산염 비료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자국 재고 확보를 위해 수출을 통제한 것도 국제적인 비료 부족 현상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세계 비료 수출량의 5분의 1 정도를 사실상 사라지게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세계 비료 산업과 비료 가격 결정 체계의 전례 없는 혼란 속에 세계 비료 가격은 급등했다.
필리핀의 경우 요소 가격은 1포대당 3천페소(약 7만2천원)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1900년대 초 암모니아 합성 기술인 하버·보슈법이 개발된 이후 비료 사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농민들이 비료 가격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사용량을 줄이면 곧바로 식량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간 비료를 더 많이 쓸수록 식량 생산량도 늘었으나, 이제 각국 농민들이 처음으로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는데 이는 세계가 그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소재 식량안보 관련 비영리 단체인 국제비료개발센터(IFDC)는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비료 사용량 감소로 올해 쌀과 옥수수 수확량이 3분의 1 정도 줄어들 수 있다면서 테러 같은 사회불안 요소에 식량난까지 더해지면 이 지역의 여러 나라가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작년 12월 이 단체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올해 식량 생산량이 약 1억명분인 3천만t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가격이 뛰어올라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미작연구소(IRRI)도 비료 가격 급등의 여파로 올해 아시아 지역 쌀 생산량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5억명분인 3천600만t의 쌀 생산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의 경우 칼륨 비료 사용량이 20% 감소하면 수확량은 14% 줄어들 것으로 컨설팅업체 MB아그로는 추산했다.
브라질의 한 대두 재배 농민은 "비료가 비싸면 덜 쓰게 되고 그러면 생산량도 줄어든다"며 "식량 가격이 오르고 모두가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농업부는 요소 비료 18만t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비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쌀과 감자, 옥수수 등 생산량이 무려 4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질소비료 생산업체인 미국 CF인더스트리스의 토니 윌 최고경영자(CEO)도 비료 사용 감소가 특정 지역에서는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8년과 2011년에 급격한 물가상승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30여개국에서 식량 폭동을 야기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비료 가격 폭등이 야기한 식량 생산량 감소가 선진국에서는 향후 수개월∼수년간 식품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영양부족 심화와 정치적 불안, 나아가 인명 손실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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