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94개사 조사…주요 애로사항 물류난·원자재가 상승 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우리 수출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일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실적이 50만달러 이상인 국내 수출기업 1천94개사 가운데 85.5%가 공급망 위기로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위기를 겪는다는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물류 지연과 운송비 폭등 등 '물류난'(35.6%·복수응답 가능)을 지목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익성 악화'(27.8%)와 '특정지역 봉쇄로 인한 피해'(16.9%)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손꼽혔다.
다만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급 차질'(11.8%) 영향은 크지 않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민감했으며, 규모가 클수록 지역 봉쇄 및 수급 리스크를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시장 여건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한 농수산물은 물류난 경험 응답이 타 품목보다 높았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콜드체인 운송망 운임이 다른 일반 운송망 대비 1.5∼2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국별로 보면 물류난은 대미 수출기업에서, 특정지역 봉쇄는 동남아와 중남미 수출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경험했다.
우리 기업들은 이같은 공급망 교란에 '핵심 품목의 대체선 발굴'(35.9%), '핵심품목 저장'(17.8%)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시적인 생산 감축 및 중단'(15.3%)이나 '대응전략 없음'(12.4%) 등 공급망 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이 어려운 기업도 전체 4곳 중 1곳에 달했다.
이처럼 생산을 감축하거나 대응전략이 없다고 답한 기업의 다수는 중소기업으로, 이들 중소기업의 공급망 대응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철강·비철금속 품목에서 생산 감축과 대응전략 없음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아 이들 품목이 공급망 위기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이 '물류난 완화'(39.4%)를 꼽아 물류 지연 해소를 위한 선복 확보, 운임비 등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제적 위기관리 및 대응을 위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20.8%)에 대한 수요도 컸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가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공급망 위기는 국제 정세, 자원 민족주의, 기후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공급망 위기 극복과 기업의 회복탄력성 제고를 위해 정부는 물류난 등 문제 해결에 힘쓰는 한편 상시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기업들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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