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외교위원장 "이란 핵협상, 나쁜 합의보단 '노딜'이 낫다"

입력 2022-05-02 16:26  

美상원 외교위원장 "이란 핵협상, 나쁜 합의보단 '노딜'이 낫다"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해제' 요구에 협상은 막판 난항
유럽은 불씨 살리려 안간힘…"교착상태 몇 달간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회담이 막판 난제에 부딪힌 가운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나쁜 합의(bad deal)보다는 '노딜'(no deal)이 낫다는 것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메넨데스 의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회담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 결국 JCPOA 원래 합의의 일부 조항이 끝날 예정이라며 "내가 볼 때 합의의 다른 요소가 있지 않은 한 좋은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메넨데스 위원장이 과거 입장과 다르지는 않다. 그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JCPOA를 타결했을 때도 "이 합의는 '희망'에 근거하고 있다. 희망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안보 전략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메넨데스 의원은 이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에 핵을 허용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위협과 군비경쟁 등 해당 지역의 안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제재를 부활했고, 이란도 핵 활동을 일부 재개했다.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대표단은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를 복원하기 위한 당사국 회의를 열었다. 이란이 대화를 거부한 미국은 회담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협상은 지난 3월 모두 마무리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란이 혁명수비대의 외국 테러조직(FTO) 지정 해제 등을 요구하면서 막판 교착상태에 빠졌다. 합의문은 사실상 완성됐다는 게 서방과 이란 관료들의 전언이지만, 회담은 3월 11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여전히 회담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 유럽이 협상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최고위 협상가를 이란에 파견할 것을 제안하며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협상 의장을 맡은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이란 대표단에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모라 사무차장을 초청하지는 않았다.
모라 사무차장은 이란에 FTO 지정 해제는 미래의 문제로 남겨두고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또 다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할 경우 미국이 이를 고려하겠지만 광범위한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란에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회담이 끝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며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모라 사무차장은 3월 말에도 테헤란을 방문해 혁명수비대의 FTO 철회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복귀했다.
미 관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테러 지정 해제를 위한 조건을 완화하거나 이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현재로서는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란 핵 문제를 연구해온 전직 미 관료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몇 달간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WSJ에 "어느 쪽도 회담이 났다고 선언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장기적인 교착상태가 분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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