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국가들, 수십년간 식량자급 노력…유가 상승에 재정도 탄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사막 지대가 대부분인 걸프 지역 국가들이 평소 식량 문제에 신경 쓴 덕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국제 식량위기를 잘 견디고 있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아라비아반도에서도 가장 건조한 곳에 있는 걸프 국가들은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부족해 대규모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인 탓에 전체 면적의 2%만 경작하고 식량의 85%를 수입한다.
걸프 국가들은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할 전략을 세우고 수십 년간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카타르는 2021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24위에 올라 걸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쿠웨이트(30위), 아랍에미리트(UAE·35위), 오만(40위), 바레인(43위), 사우디아라비아(44위)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식량안보 계획을 세웠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 절실함을 체감했다.
금융위기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았고 일부 식량 수출국이 자국의 식량을 확보하려고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걸프 국가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담수화 시설과 물을 절약하는 농법, 수경 재배를 도입하는 등 식량 자급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UAE는 2018년 발표한 국가식량안보전략에 따라 식량안보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두고 있으며 염분 저항성을 높인 슈퍼푸드를 사막에서 재배했다.
하루 400t의 우유와 요구르트를 사우디 국경을 통해 들여왔던 카타르는 2017년 사우디가 주도한 단교 사태로 주변국으로부터 봉쇄당하자 우유를 자체 생산하려고 사막에 낙농업을 육성했다.
걸프 국가들이 산유국이고 사우디를 제외하면 인구가 수백만 수준으로 적은 덕분에 중동의 다른 국가보다 경제적으로 탄탄한 점도 식량 공급 차질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이유다.
자국 화폐를 미국 달러에 연동한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시행해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고 최근 유가와 가스가격이 올라 초과 수입도 누리고 있다.
소비자 지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내 다른 국가보다 낮은 편이다.
사우디는 2008년 부족한 물을 아끼려고 자국의 밀 생산을 12.5% 줄이고서 수단, 케냐, 에디오피아 등지에 농지를 구매했다.
다만, 이처럼 식량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의 농지를 사는 정책은 그 국가의 가난한 농민이 농사지을 땅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할 경우 효과와 지속성이 의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테판 헤르토흐 런던정경대 부교수는 "걸프 국가들이 해외에 자산을 보유했더라도 진정한 세계적 식량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가 배급제를 시행하거나 수출을 금지해도 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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