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낙태권 축소에 '여당 열세' 중간선거 판도 바뀌나

입력 2022-05-04 12:16   수정 2022-05-04 13:38

미 대법원 낙태권 축소에 '여당 열세' 중간선거 판도 바뀌나
"국민 80% 낙태권 지지…63%는 낙태권 옹호 후보 선택"
보수 공화당 딜레마…민주당, 전세 바꾸려 여론전 돌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축소한다는 소식에 미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폭발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전중인 민주당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대법원이 유출된 결정문 초안처럼 실제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파기하면 주에 따라 낙태를 위한 의료시설 접근이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보수적인 주에서는 낙태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할 수도 있다.
낙태를 이처럼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규제는 미국 보수진영의 수십 년 숙원이었다.
그러나 그런 견해를 대변해온 공화당에는 대법원의 행보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파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작년 5월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인 80%가 낙태권을 지지했다.
낙태를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다는 응답도 47%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같은 민심 때문에 대법원이 초안대로 결정한다면 당장 공화당이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이 열세인 것으로 관측돼 온 중간선거의 승부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정치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공화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액설로드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전략가 중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의 완전한 파기를 개인적으로 원하는 이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이 파기되면 중간선거에서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여성, 특히 젊은 유권자가 충격을 받아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중간선거는 연방하원 435석 전체, 연방상원 100석 가운데 33∼34석, 주지사 50명 중 34명을 두고 펼치는 대형 정치행사다.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도 있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지금껏 열세였다.
이 때문에 공화당이 상·하원 과반의석을 차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 민주당은 상원에서 자체 48석, 민주당에 친화적인 무소속 2석 등 50석에다 당연직 의장인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를 더해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는 221석으로 공화당(209석)을 12석 차로 누르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낙태권 축소 결정이 중간선거 구도를 바꿀 파급력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 벌써 전략적 행보에 들어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 의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법원 초안을 비판했다.
이들 민주당 지도부는 "현대사에서 가장 나쁘고 해로운 결정 초안"이라며 "링컨(16대 대통령)과 아이젠하워(34대 대통령)의 정당이 이제 트럼프(45대 대통령)의 정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혁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수 대법관 6명 가운데 3명은 퇴임 뒤 여전히 공화당 근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때 임명한 인물이다.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3%(민주 78%·공화 49%)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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