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 독립언론 메두자 조명…"미디어 탄압 견디며 생존투쟁"

입력 2022-05-04 16:31  

WSJ, 러 독립언론 메두자 조명…"미디어 탄압 견디며 생존투쟁"
"러 정부, '전쟁' 언급 땐 뉴스 사이트 폐쇄…언론인 수백명 해외로 떠나"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지금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인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모습을 러시아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독립 인터넷매체인 '메두자'의 이반 콜파코프 편집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내놓은 말이다.
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언론 통제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는 상황에서 푸틴 정권의 선전도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전쟁의 실상을 전하려는 소수 러시아 매체의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메두자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삼엄한 언론 통제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지난 3월 말 소수의 러시아 기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보도하려 했으나 불과 몇 분 전 러시아 당국이 막았다고 WSJ은 전했다.
인터뷰를 한 언론인 중 한 명이었던 콜파코프 편집장은 메두자의 경영위기를 감수하고 웹사이트와 유튜브에 인터뷰를 그대로 올렸고, 이는 조회 수가 570만회에 달했다.
보도 통제는 갈수록 수위가 올라갔다. 러시아 당국은 미디어가 침공 상황을 '전쟁'으로 묘사하면 뉴스 사이트를 차단했다. 정부 비판 성향의 신문사인 노바야 가제타, 독립방송국인 모스크바의 소리(Echo of Moscow) 등 저명한 언론사들은 문을 닫았고, 수백명의 언론인이 나라를 떠났다고 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하는 러시아 정부의 규제에 따라 TV 방송과 소셜미디어에는 정부의 선전용 메시지만 유통되고 있고, 전쟁에 항의하는 시민이 1만5천명 이상 체포됐다.
2014년 설립된 메두자는 러시아의 압박이 거세지자 라트비아로 본사를 옮겼다. 러시아 독자들이 보도를 접할 수 있도록 유튜브와 텔레그램 등 정부의 차단 조치로부터 자유로운 경로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콜파코프 편집장은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종말이 가깝다'는 표지가 붙은 영화 속 인물들 같았는데, 지금은 그 종말이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두자는 러시아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통제를 한다고 해도 인구가 1억4천5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에서 독립적인 언론 활동을 전면 봉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메두자의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인 지난 3월 1천만명을 넘어섰다.
메두자는 지난달 18일 러시아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이 침몰했을 때 이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격침된 것이며 승조원 37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측은 폭풍우 속에 구조적 손상으로 배가 침몰했다는 주장을 고수했는데, 메두자의 보도가 러시아 정부의 메시지 통제에 균열을 일으킨 셈이다.
메두자의 설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언론 통제 속에 대량 해고가 발생한 인터넷매체 '렌타루'와 관련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렌타루가 취재하자 이 매체의 소유주가 편집장을 해고했다. 러시아 규제 당국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와 인터뷰를 게재했다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얼마 후 콜파코프를 비롯한 렌타루의 직원 대부분이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뒀고, 이후 이들이 창간한 매체가 메두자였다.
러시아 정부는 광고주들을 압박해 비판적인 매체들을 단속했고, 메두자 역시 작년 봄 광고 수익의 90%를 잃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이에 따라 메두자는 독자 기부금을 사업 재원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모델로 전환했다.
러시아는 독립 매체가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권한에도 제약을 가했고, 메두자는 러시아 밖의 독자들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지만 매체의 '생존'을 보장할 만큼의 기부금을 모으지는 못한 상태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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