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피지 당국, 러 올리가르히 소유 대형 호화요트 압류"

입력 2022-05-06 02:21  

美법무부 "피지 당국, 러 올리가르히 소유 대형 호화요트 압류"
"러 체제 지탱하는 범죄자 자산 숨길 곳 없다는 것 보여줘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태평양 섬나라 피지의 사법당국이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 소유의 대형 호화요트를 압류했다고 미국 법무부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그룹으로, 러시아 체제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피지 당국은 워싱턴DC 지방법원에서 압수영장이 발부된 뒤 법무부가 영장 집행을 요구하자 금주초 3억2천500만 달러(4천100여억 원)에 달하는, 길이 348피트(106m)의 대형요트 '아마데아'호를 압류했다.
법무부는 아마데아호가 자금세탁 등 미국법을 위반했을 믿을 만한 근거가 있어 몰수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요트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술레이만 케리모프(56)의 소유라고 전했다.
러시아 상원의원을 지낸 케리모프는 러시아 최대 금 채굴업체 '폴류스'를 소유한 올리가르히로,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순재산이 145억 달러(약 1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대상에 올라 있다.
피지 당국은 앞서 지난달 12일 이 요트가 피지 관할 수역에 들어오자 관련 서류 제출 등 통관·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나포한 뒤 출국을 막아왔다.
아마데아호를 담당한 변호인은 이 요트가 케리모프가 아닌 다른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나포 직후 피지 당국에 제출한 수색영장청구서에서 "지난 2021년 이후 케리모프가 이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 요트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인 케이맨군도에 선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번 요트 압류 과정에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소유 자산을 찾아내 압류하기 위해 신설된 태스크포스가 피지 당국과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엔 스페인에서 254피트(77m) 크기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소유의 요트를 압류한 바 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요트 압류를 통해 "미국 법을 위반한 사람의 자산을 숨길 곳이 없다는 점과 러시아 체제를 지탱하는 범죄자의 자산을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선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방침을 밝힌 가운데 상원과 하원 모두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어 속도감 있게 진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규정상 미국이 몰수한 자산은 법무부의 자산몰수기금으로 들어가 주로 미국 내 범죄 희생자 보상, 수사 기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직접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돌리기 힘들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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