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 금지는 레드라인 넘은 것" EU 집행위원장 비난
"러 석유에 65% 의존, 키릴 총대주교 제재도 반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대(對) 러시아 제재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헝가리 국영 라디오에 출연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안은 헝가리 경제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셈"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 석유에 65%를 의존하는 헝가리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려면 5년이 걸리고, 정유소와 파이프라인에 막대한 투자도 필요할 것"이라며 "1년에서 1.5년은 어떤 것을 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말은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 석유가 포함된 제재 방안을 제시하면서 헝가리에는 금수 조치를 내년 말까지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지목하며 "그는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았든 유럽의 단합을 공격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레드라인'이 있다고 분명히 해 왔고, 에너지 금수가 바로 레드라인이다. 그들(EU 집행위)은 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4∼5년이 걸릴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지 의문이라면서 EU 집행위의 새로운 제안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EU와 맞서지 않고 협력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EU가 우리의 이익을 고려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도 제재하겠다는 EU 방침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종교 자유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러시아가 헝가리인들이 사는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인근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는 6개월 이내에, 석유제품은 올해 말까지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6차 제재안을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지도자 중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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