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난·EV인기에 이례적으로 가장 많이 팔려
불황보단 구매환경 변화 따른 복합적 요인 작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가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포터와 봉고가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 판매량 1∼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차 모델이 1∼2위를 휩쓴 것은 이례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다 전기차(EV) 인기, 영업용 번호판 무상 장착 정책의 영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현대차·기아[000270]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포터는 지난달 국내에서 총 8천423대가 팔려 현대차[005380]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포터는 지난해에도 국내 시장에서 총 9만2천218대가 팔리며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통합 판매량 순위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봉고Ⅲ도 지난달 판매량 6천402대를 기록하며 기아 모든 모델을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포터와 봉고Ⅲ는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국내 합산 판매순위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1∼4월 합산 판매량에서도 각각 2만6천569대, 2만1천760대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상용차가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순위에서 1, 2위를 연이어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소상공인의 발', '생계형 차'로 불리는 포터·봉고의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포터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포터지수'란 말이 있지만, 최근에는 결이 좀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출고 지연으로 전통적 인기 승용모델 판매량이 들쑥날쑥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부터 번갈아 가며 현대차그룹의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던 그랜저와 쏘나타, 아반떼는 반도체난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해 작년 판매순위가 2위, 6위, 4위로 각각 내려앉았다.
가격이나 출고 시기, 대체 모델 등에 민감한 승용 모델이 구매환경 변화로 판매량에 영향을 받는 동안 수요가 꾸준한 상용모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배달 시장을 겨냥해 소형 트럭을 찾는 자영업자가 늘고, '차박'(차+숙박) 인기에 상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인구가 많아진 것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정책에 따라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Ⅲ E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들 모델의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지난달까지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Ⅲ EV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총 5만2천601대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2020년 1월에 각각 출시된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Ⅲ EV는 지난해 총 2만6천533대가 팔리며 전년(1만4천394대) 대비 판매량이 84.3% 증가했다.
또 올해 4월까지는 총 1만1천550대가 팔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는 1.5t(톤) 미만 전기 화물차를 새로 살 경우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하지만 일몰제로 시행된 이 정책이 지난 3월 종료되면서 상용차 인기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비영업용의 수요가 꾸준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맞서고 있다.
또 포터와 봉고Ⅲ의 연식 변경 모델이 강판 등 원가 상승 압박에 따라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도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용차의 인기는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면서 "차량용 반도체난과 최근 구매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