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최후항전 아조우 연대에 '운명의 날' 다가왔나

입력 2022-05-09 08:59   수정 2022-05-09 17:52

마리우폴 최후항전 아조우 연대에 '운명의 날' 다가왔나
제철소 내 민간인 전원 대피…러군과 사생결단 불가피
정부에 퇴로마련 요청했지만 젤렌스키 "어렵다" 답변
러, 전승절용 '최대 전리품' 마리우폴에 막판공세 몰아칠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인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7주년 전승절(5월 9일)을 앞두고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배수진을 친 아조우 연대 병사들에게 '최후의 항전'이 임박한 모습이다.
최후 항전지로 삼은 이 제철소에 함께 있던 민간인이 모두 안전을 위해 떠나면서 주변을 둘러싼 러시아군과 사생결단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까닭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제철소에는 아직도 우크라이나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등에 속한 병사 약 2천명이 지하 벙커와 터널에 몸을 숨긴 채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0명가량은 부상자다.
이들은 이날 온라인 화상앱 줌을 통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에 항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안전지대로 후퇴하도록 퇴로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조우 연대의 정보장교인 일리야 사모일렌코 중위는 "마리우폴 수비대의 군인 모두는 러시아와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목격했다. 우리는 증인들인 셈"이라면서 "러시아는 우리의 생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항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상황이 가장 나은 방식으로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아조우 연대 등과 함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머물던 민간인들은 이날부로 전원 마리우폴 바깥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오스나트 루브라니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조정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에서 170명이 넘는 민간인을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한 남동부 도시 자포리자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사령관도 제철소 내에 있던 민간인이 전원 피란했다고 확인했다.



아조우 연대의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마리우폴에서 마지막까지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측 병사들에게도 대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가지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건 정치인들이 민간인들을 피란시킬 테니 너희는 (싸움을) 계속하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정부야말로 러시아와의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마리우폴에서 2만5천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지도록 한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아조우 연대 측은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군 부대도 100㎞ 이상 떨어져 있어 우크라이나 당국의 도움 없이는 후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주변을 포위한 러시아군 병력에 대한 폭격 등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때 필요한 규모의 지원이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dpa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마리우폴을 해방하는데 충분한 중화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채널을 이용해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민간인을 피란시키는 건 가능했지만, 병사들을 빼내는 건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러시아 병사와 러시아군, 지휘부, 러 연방의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 병사들을 보내주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 입장에서 아조우 연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자 전리품으로써 그 의미가 작지 않다.
2014년 자원 민병대로 창설된 아조우 연대는 극우단체와 신나치주의 성향 단체들이 주축이었던 까닭에 로마족(집시)이나 성소수자 등을 공격하는 등 일탈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
이런 성향은 2015년 내무부 산하 국토방위군으로 통합돼 정식 군대 조직이 된 뒤로는 차츰 희석됐지만,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탈나치화'를 주창하며 전면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 입장에선 전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대상인 셈이다.
압도적 전력 차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전략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수호해 온 아조우 연대는 개전 후 현재까지 2천500명의 러시아군 병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은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저항 세력을 일소하고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육상 회랑을 완성하게 된다.
개전초 속전속결로 키이우 함락을 시도하다 패퇴한 입장에서 러시아가 내세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전리품'이 마리우폴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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