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식용유 파동'이 발생한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한 지 12일째가 되면서 현지의 팜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원유(CPO)와 대부분 파생상품의 수출을 내수시장 식용유 가격이 작년 초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10일간의 르바란 연휴 분위기 속에 팜 농가와 팜유 업체들의 불만이 직접 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연휴가 끝나고 이날부터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언제까지 팜유 수출을 금지할 것이냐"는 팜유 업계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동칼리만탄 마랑카유의 팜 농가 주인 위스누 뽄쪼 위수도는 "정부의 수출금지령이 내려진 뒤 팜 열매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수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의 또 다른 팜 농가 농민도 르바란 연휴가 끝났음에도 팜유 수출금지령이 신속히 해제되지 않으면 생필품을 구매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한다고 걱정했다.
팜유는 팜나무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다.
팜유는 식용유,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것은 물론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연간 4천500만t이 넘는 팜유를 생산하는데, 내수시장에서는 1천650만t만 소비된다.
이 때문에 팜유 수출금지령이 길어지면, 팜 농가 수입이 끊기고 정유, 포장 회사들도 타격을 받으며 국가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란 우려가 현지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슈퍼마켓과 알파마트·인도마렛 등 편의점에서는 팜유 수출금지령, 르바란 명절 세일이 맞물리면서 식용유 할인 행사가 열려 가격 하락 신호를 보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 수출 금지 해제를 위해 내세운 조건, 즉 대용량(벌크) 식용유 가격이 리터(L)당 1만4천 루피아(1천230원)까지 내려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 가격 상승으로 팜유 업자들이 수출에만 집중한 결과 인도네시아의 대용량 식용유 가격은 한때 리터당 2만6천 루피아까지 치솟았다.
인도네시아 국가전략식품물가정보센터(PIHPSN) 발표에 따르면 대용량 식용유 가격은 6일 기준 리터당 1만7천 루피아까지 내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1월 내수시장 공급을 위해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팜유 주요 수출항에 해군을 배치해 밀반출 선박을 감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달 4일 수출 금지품인 RBD 팜올레인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 34개를 싣고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을 나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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