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은 주식이나 옵션, 가상화폐 등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선호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정책 여파로 상당수 주식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5일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종목 중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었던 종목은 35%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1월의 74%에 비하면 급감한 것이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 비중은 1월 38%에서 이달 5일 20%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S&P500 지수는 여전히 지난 10년간의 평균 밸류에이션보다는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지난주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7.7로, 10년 평균인 17.1보다 높았다.
다른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는 최근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들을 털어내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WSJ은 "연준이 계속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려 하는 만큼 투자자 다수는 여전히 주가가 싸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달아올랐던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의 열기도 주식시장 하락에 따라 식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규모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콜옵션 가격도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풋옵션 대비 하락하고 있다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집계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역대 최고점인 6만7천달러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절반 수준인 3만3천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에 따르면 최근 들어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 비중이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비관적 전망이 늘고 있다.
선다이얼 캐피털리서치의 제이슨 괴퍼트는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상의 위험을 분산(헤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를 뛰어넘을 경우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정당화되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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