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와 지원 경쟁…국가비상사태 선언에는 국제사회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에 1억달러(약 1천28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추진한다.
스리랑카 재무부는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 사브리 재무부 장관과 진리췬 AIIB 이사장이 지난 6일 화상으로 이와 관련해 회담했다고 밝혔다.
진 이사장은 회담에서 1억달러가량을 스리랑카에 지원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스리랑카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AII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지원을 목적으로 중국이 주도해 지난 2016년 창설한 조직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채 중국 주도로 출범한 AIIB는 서방 선진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과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남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중국은 최근 인도가 스리랑카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관망하던 태도를 버리고 지원 경쟁에 가세한 모양새다.
스리랑카 주재 중국대사관은 최근 의약품, 식품, 연료 구매 등을 위해 3억위안(약 570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 ANI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중국에 진 채무 규모는 총 80억달러(약 10조2천억원)에 달한다. 스리랑카의 대외채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7%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는 현 라자팍사 스리랑카 정부가 친중 성향이 짙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신용 한도(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 확대 등을 통해 올해 약 30억달러(약 3조8천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1948년 독립 후 최악이라고 불리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상태다.
생필품난으로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자 수도 콜롬보 등 곳곳에서는 정권퇴진 운동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연합(SJB)은 최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시위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까지 발동한 상태다.
그럼에도 시위는 이어졌고 콜롬보에서는 연료난을 해소하라며 시민들이 가스통으로 큰길을 막기도 했다.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해서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잇따라 비난했다.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인 한국계 줄리 정은 트위터를 통해 "평화로운 시민의 목소리는 청취돼야 한다"며 "국가비상사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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