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 개표 상황서 1천754만표 획득…로브레도 831만표에 그쳐
선친 하야 후 36년만에 대권…소셜미디어 통한 젋은층 공략이 주효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을 철권통치한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현지 ABS-CBN 방송은 9일 오후 8시32분(현지시간) 현재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1천754만표를 얻어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831만표)을 크게 앞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개표율이 53.5%인 상황에서 두 후보 득표 격차가 배가 넘게 벌어진 것이어서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 후보는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했다.
특히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하면서 독재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이에 시민들이 1986년 '피플 파워'를 일으켜 항거하자 하야한 뒤 하와이로 망명해 3년후 사망했다.
이후 아들 마르코스는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와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또 지난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왔다가 이번 대선에서 맞붙은 레니 로브레도(57) 현 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바 았다.
마르코스는 현지 조사기관인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6∼21일 2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당선이 유력시됐다.
부통령 선거는 마르코스와 러닝 메이트를 이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사라 후보는 1천715만표를 얻어 527만표를 획득한 프란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을 3배가 넘는 차이로 앞서고 있다.
마르코스의 대선 승리는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지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된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군사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의 차기 지도자가 양국 사이에서 어떤 외교 행보를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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