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로 어려움 예상…유럽, 국방비증액 등 자립 강화 움직임
장기적으로 美 인태전략 집중에 유리…"판단 이르다" 반론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미 당국자들의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장은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유럽에 쏠려 있지만, 여러 징후로 볼 때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러시아의 단기전 승리로 끝날 것처럼 보였던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막혀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러시아는 인명 피해와 같은 직접적인 전쟁비용과, 서방의 각종 제재로 수년간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게 미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미국과 유럽 동맹의 안보에서 가장 큰 문제이던 러시아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음이 드러난 데다 러시아가 당분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그간 미국으로부터 '안보 무임승차'라는 지적을 받아온 유럽 국가들이 국방력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미국 입장에선 호재다.
독일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에 못 미쳤지만 방침을 바꿔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이 계획대로 국방비를 늘린다면 2020년 세계 7위이던 군사비 지출액이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가입을 꺼리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아예 회원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 동맹국의 러시아 대응을 주시하면서 대만과 긴장이 조성될 경우 발생할 일에 대한 잠재적 교훈을 얻으려 할 것이라는 게 미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한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연대는 중국의 힘을 배가하는 것처럼 인식됐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의 약점이 명백해지면서 지금은 점점 더 러시아가 의존하는 대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명의 국방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유럽이 자체 방어력을 좀 더 갖춘다면 미국이 아시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군대와 무기의 이동, 경제적·정치적 유대 확장 등 다양한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또 다른 해외의 위기나 테러가 발생한다면 아시아에 초점을 두려는 노력을 무위로 만들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안보 자주성이 강화할 경우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당국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국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전이 장기적으로 어떤 시사점을 가질지 예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전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미 당국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오히려 아시아를 희생해 유럽을 더 강화할 가능성 있다는 반론도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설령 러시아가 더 약해진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예측 불가한 행동을 좋아하는 핵 강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중국은 강력한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의 걱정거리로 남는 고약한 러시아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러시아가 계속 미국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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